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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법인세 인상' 가시화
법인세 조세부담률 18.4%로 역대최저 수준…곳간만 늘고 투자·고용은 뒷걸음
2016-10-24 17:42:31 2016-10-24 17:42:31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국회가 24일 예산정국에 돌입하면서 법인세 인상 여부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안은 정부여당의 반대에 부딪히며 전선을 형성했다. 다만 20대 국회가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지형이 재편된 데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통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선도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이를 대하는 재계는 긴장감이 흐른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내년도 예산안을 파행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야3당은 예산심사주도권 행사 및 예산부수법안처리 등을 통해 여당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강경 대치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걸린다.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 의혹을 덮고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타협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불안에 떠는 쪽은 재계다. 재계는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법인세 인상 방어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법인세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세 부담 증가는 투자 및 고용 여력 약화로 이어지며, 이는 내수를 비롯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재계의 일관된 논리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보고서를 인용, 올해 기업들의 법인세수가 사상 최초로 5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이미 기업들이 충분히 많은 법인세를 감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이는 최근 각종 지표들과 정면으로 배치하면서 논거가 무색해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3년(2013~2015년) 동안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18.4% 수준으로 김대중정부(27.2%)와 노무현정부(23%)는 물론, 이명박 정부(20%)보다도 낮다. 법인세 인하에도 불구, 기업들의 자산은 역대 최대치로 늘고 고용은 줄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해 10대그룹(금융제외) 보유자산은 1144조4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 자산의 27.22%를 차지했지만 고용비율은 2013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지난해 3.59%까지 떨어졌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뒤집고 규제철폐로 정책방향을 급선회했지만 기업들 곳간만 늘었을 뿐, 투자와 고용에서는 진척이 없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계에서 인상 반대의 근거로 주요 선진국들의 낮은 법인세를 단순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국가들의 높은 유효세율을 봐야 한다"며 "일률적인 법인세 인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이와 더불어 소기업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과 누진 적용, 세금 감량 정책 개선 등을 통해 유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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