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병으로 학교서 사망했어도 유족급여 지급해야"
"병력 있으면 유족급여 깎는 시행령 규정 무효"
1999년 이후 민사사건서 시행령 무효 판결한 첫 사례
입력 : 2016-10-19 16:22:25 수정 : 2016-10-19 16:29:06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앓고 있던 지병으로 학교 안에서 사망했어도 학교안전법에 따른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A양 유족들이 부산시 학교안전공제회(이하 공제회)를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청구 소송에서 공제회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의 쟁점은 과거 앓던 병이 악화돼 학교 안에서 사망한 경우 공제급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시행령 조항이 모법 위임 없이 규정돼 무효인지 여부였다. 시행령은 또 장해급여 등을 산정할 때 피공제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상계할 수 있다고도 규정했다.
 
재판부(다수의견 9)해당 시행령 조항은 법률의 위임이 없거나 위임범위를 벗어나 피공제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말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에서 기왕증(앓고 있거나 과거 앓았던 병)이 손해의 확대 등에 기여한 경우에 공평의 견지에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 적용해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는 법리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학교안전법에 따른 공제급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199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민사사건에서 시행령의 무효를 선언하는 첫 사례다.
 
반대의견으로는 시행령 일부 무효와 전부 유효 의견이 있었다. 조희대 대법관은 시행령 조항 중 과실상계에 의한 지급제한 부분은 무효로 볼 수 있으나 기왕증에 의한 지급제한 부분은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기택·김재형 대법관은 학교안전법이 예정하고 있는 공제급여의 액수 및 범위를 정할 때 필요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무효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교안전법에 따른 공제급여 제도가 학교라는 생활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각종 사고로부터 학생, 교직원 등을 두텁게 보호하는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양(사망 당시 17)2014221일 자율학습 중이던 오후 2시쯤 학교 화장실 안에서 앞으로 쓰러졌다.
 
친구들이 쓰러진 A양을 발견했다. 박양은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사체검안서에 따르면 직접사인은 자세에 의한 질식(추정)’이었고, 그 원인은 간질발작(추정)’이었다유족들은 공제회를 상대로 학교안전법에 따른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1심은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공제회는 2심에서 학교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박양의 기왕증을 참작해 공제급여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도 해당 시행령 조항이 모법인 학교안전법에 근거 규정이나 위임이 없어 무효라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번 판결문은 대법원이 제공하는 전원합의체 판결문 공지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모습. 사진/대법원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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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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