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라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하지만 누구나 평생 한번쯤 앓고 지나갈 수 있다는 우울증. 현대인에겐 ‘마음의 감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60대 후반 남성 A씨는 퇴직한 지 3년째. 평생 일만 해온 터라 퇴직하면 그때부터 편히 쉬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은퇴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 적적하다. 집에 있는 시간 대부분을 TV를 보면서 지낸다. 그런 자신이 처량해 왈칵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기분 탓인지 식구들도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뭘 해보려고 시도해 봐도 의욕이 없어 얼마안가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책을 들여다보면 눈이 침침하고 머리도 아프고, 온몸이 여기저기 쑤신다. 답답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내키지 않아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김이연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같은 우울증 치료에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뉜다"고 말한다. 약물치료에는 주로 항우울제를 사용하는데 노년기 우울증은 좀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 만성질환에 필요한 약물과 항우울제를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우울증치료제를 선택하거나 용량을 조절할 때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김 전문의는 대인관계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 비약물치료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 전문의는 "우울 증상이 경미하다면 생활환경을 간단히 바꿔주거나 주변인과의 갈등관계를 해소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며 "우울 증상을 떨쳐버리기 위해선 환자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주변인과 사소한 일이라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 자주 어울리는 것 역시 우울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은퇴 후 자신의 역할이 상실된 것 같은 기분은 우울증의 원인이 되므로 새롭게 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을 통해 얻는 성취감은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
또 우울증을 미리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기분 좋아지는 음식을 먹는 방법이 있다. 밥이나 떡, 빵 같은 탄수화물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하면 췌장으로부터 인슐린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간이나 근육의 아미노산을 혈액으로 내보낸다.
이때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뇌로 들어가 항우울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을 만든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근심이나 짜증 등이 나고, 반대로 많아지면 기분 상승과 진통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매일 10분 이상 햇볕 아래서 산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전문의는 "햇볕을 쬐면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이 잘 분비된다"며 "겨울에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가을, 겨울엔 일조량이 다른 계절보다 적어 햇볕을 많이 쬘 시간이 없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좋은 기분을 선사하는 햇볕을 마음껏 쬐며 산책해 보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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