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출발선부터 가시밭길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을 깨고 어렵게 선임된 정찬우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의 취임식이 노조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면서다. '정 신임 이사장의 리더십이 취임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4일 오전 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예정된 이사장 취임식은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오후에 재개한 취임식마저 노조와의 대치 끝에 결국 파행에 그쳤다. 거래소는 5일 다시 취임식을 연다는 계획이지만 노조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성사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임시주주총회 당시 노조가 보인 태도와 달라 예상 밖 대응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취임식이 늦어지면 업무차질도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는 정 이사장 취임식 보이콧과 출근 저지 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처음부터 안 될 선임이 졸속 검증에 의해 이루어졌다"며 "해임사유가 충분한 만큼 해임될 때까지 초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이 늦어지면 거래소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과 상장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는 시급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 등을 개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거래소와의 지분교환, 교차거래 등 전략적 제휴 확대 또한 거래소 지주사 전환 없이는 추진이 불가하다.
수익성과 성장성 개선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수익기여도가 높은 파생상품시장 침체를 거래소가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경영 자율성 확보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6년 만에 공공기관 지정은 해제됐지만 정부로부터 여전히 자본시장 독립성과 경영 자율성을 침해받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한 거래소 직원은 "최악은 지주사 전환이 무산돼도 코스닥 시장만 단독 분리된다는 소문이고 성과연봉제 최우선 도입과 구조조정, 거래소 규제업무 이관 등 내부 전열을 해치는 말들이 무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출신의 정 이사장이 쌓아온 경험과 인맥을 통해 정책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란 점엔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은 정부와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정 이사장이 금융위원회 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의 꽃인 거래소를 이끌 정 이사장의 전문성과 탁월한 리더십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장 진입을 시도하며 "전 직원의 총의를 모아 더 나은 거래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소감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한국거래소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명 반대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전국사무금융노조 이윤경(왼쪽 네번째)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