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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계부채 대책 성과 부풀리기 꼼수…고정금리 상품 5% 불과
혼합형 대출도 고정금리 상품으로 인정…"가계부채 취약성 더 키워"
2016-09-28 10:53:25 2016-09-28 10:53:2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위원회가 고정금리 대출 성과를 과장해서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순수 고정금리 대출에 혼합형 금리 대출을 포함해 수치상의 착시효과를 유도한 것이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6월 말 현재 1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419조4000억원(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제외) 중 순수 고정금리 대출은 5.0%(21조원)에 불과했다.
 
변동금리 대출은 63.4%(266조원)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3∼5년 뒤 다시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금리 대출 비중은 31.6%(132조4000억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 정책이 진행되는 동안 '분할상환·고정금리' 중심의 대출관행이 정착되는 중이며, 가계부계의 질적 구조 개선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금융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말 15.9%이던 고정금리 비중은 올해 6월 말 들어 38.8%로 개선됐다고 기술돼 있다. 실제 고정금리 비중이 실제보다 8배 가량 뻥튀기된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임시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분할상환 고정금리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9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임종룡 위원장이 감사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위는 국내 은행들이 만기가 10∼30년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갑자기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보고, 대출 후 3∼5년만 고정금리를 유지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해줬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순수 고정금리 대출을 거의 늘리지 않는 대신 실적에 포함되는 무늬만 고정금리인 혼합형 대출을 늘려왔다.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됐다는 임 위원장의 발표는 실제로는 3∼5년짜리 한시 개선이었던 셈이다.
 
정부 정책만 믿고 혼합형으로 대출한 사람들은 최근 3∼5년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의 혜택은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막상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자 금리 변동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미국 금리인상과 연동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혼합형을 택한 사람은 향후 더 비싼 이자를 물 수밖에 없다.
 
특히, 대출을 받은 지 1∼2년밖에 안 된 대출자들은 대출 기간에 따라 적지 않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해 싼 금리 대출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가 가계부채 질을 개선했다고 실적을 자랑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취약성을 오히려 확대한 측면이 있다"며 "실질적인 개선 없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가계부채의 질과 규모를 모두 악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종룡 위원장 때문에 정부를 믿고 혼합형 금리로 갈아탄 서민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위 말만 믿고 고정금리로 바꿔 탄 서민들의 이자부담도 막대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은 폭으로 움직였다면 5년 전에 2억원을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변동금리에 비해 5년 동안 약 800만원을 손해 본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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