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4% 감축..정부發 악재에 정유·유화업계 '울상'
"감축 설비 투자비용 판매가에 전이될 가능성 커"
"기술개발·원가절감..일거양득 기회될 수도"
2009-11-17 17:13:13 2009-11-17 20:35:23
[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유통과정별 공급가격 공개, 유례없는 대대적인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최근 연이은 범정부 차원의 악재에 시달리던 정유, 화학 업계가 이번에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 발표로 울상을 짓고 있다.
 
정유, 화학업종은 업종 특성상 전 업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대표적인 산업에 속하는데, 정부가 17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줄이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한 2005년 대비 4% 감축안은 그동안 논의되었던 8% 늘리는 방안, 동결하는 방안, 4% 줄이는 안 중 가장 강력한 처방이다.
 
특히 이 방안은 의무감축대상국인 일본, 유럽 등지의 선진국 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개도국에 권고한 감축범위 중에서는 최고 수준에 속한다.
 
정유. 화학업계는 이렇게 높은 수준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표로 그렇지 않아도 정제마진악화와 수요 부진 등으로 좋지 않은 업황이 한층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동, 중국에서 정유설비와 연계된 석유화학제품 신증설 설비가 2010년 이후 줄줄이 완공을 기다리는 등 공급과잉 시대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확정된 이번 방안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의 한 전문가는 “중동과 중국의 경우 원유부터 제품생산까지 논스톱으로 이루어져 국내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공급과잉으로 수출단가를 크게 높일 수 없는 국내 업체들은 온실가스 저감장치 투자, 탄소배출권 확보 등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국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 값에 전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중국, 중동 등 제품 생산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산유국들의 경우 의무감축 대상국도 아닐뿐더러 아직 자발적 감축 목표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출시장이 겹치는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정유, 유화기업 중 일부는 탄소저감장치, 수증기 포집 장치 등을 확충하고 에너지 효율 관련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큰 범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장치산업의 특성상 빠른 시간 내에 온실가스 감축 관련 설비를 확충할 수 없는 업체들은 그 대안으로 탄소배출권 확보에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현재 추진 중인 고도화설비 확충 투자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백영찬 SK증권 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의 명분으로 친환경, 고도화설비 관련 투자는 줄어들고 탄소배출권 확보에만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년초 폐지가 예정된 임시세액공제제도를 연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친환경 관련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범위를 더 늘려주는 등 더 큰 혜택을 줘야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투자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기가 오히려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기회에 저탄소 기술과 에너지 절감 기술 관련 투자를 늘려 제품의 질을 더욱 높이고 원가도 절감한다면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기술개발로 줄어든 온실가스만큼의 탄소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올릴 수도 있어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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