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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선택 아닌 필수'…삼성·LG·SK·CJ '4사 4색'
차별화된 경쟁력만이 미래생존 담보…최태원·이재현 등 총수 복귀에 M&A도 활발
2016-09-19 17:44:49 2016-09-19 18:09:50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의 인수합병(M&A) 열기가 뜨겁다. 차별화된 경쟁력 없이는 중국의 부상 등 무한경쟁 시대를 이겨나갈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생존 활로다. 굴뚝산업의 붕괴와 장기화된 대내외 불황은 M&A를 더욱 부채질한다.
 
먼저 삼성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M&A를 통해 소위 잘 되는 사업은 키우고, 안 되는 사업은 파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 사실상 '이재용 시대'를 열어젖히면서 그의 주도 아래 이뤄진 M&A는 더욱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 2년여간 삼성전자의 M&A 이력을 보더라도 선택과 집중 전략은 명확히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과 핀테크 등 모바일 생태계 강화 전략에 따라 2014년 스마트싱스와 프린트온, 2015년 심프레스, 올해 조이언트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지난해 인수한 루프페이의 경우 삼성페이의 성공의 밑바탕을 만들어주며 성공한 M&A로 꼽혔다. 최근에는 미국의 데이코를 인수하며 북미 프리미엄 가전시장 공략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선택을 받지 못한 사업영역의 과감한 매각도 이어졌다. 2014년 한화와의 빅딜을 통해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지난해에는 롯데와의 빅딜로 삼성SDI케미칼사업부문·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포함) 등 화학·방산 사업을 정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를 미국 HP에 1조15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ASML과 시게이트, 샤프 등에 투자한 지분도 팔아치웠다.
 
사진/뉴스토마토
 
삼성이 전자를 중심으로 M&A 전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 LG는 화학에 초점이 맞춰졌다. LG화학은 올해 4월 동부팜한농을 4245억원에 인수하며 비료·종자 등 그린바이오를 사업 영역에 추가했다. 이어 지난 12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며 의료 및 제약 등 레드바이오 사업까지 확장에 나섰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기존 화학 사업에 배터리, 바이오까지 3각편대를 갖추게 됐다. 향후 M&A 역시 LG화학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김상민 LG화학 신사업전략담당 상무은 LG생명과학 흡수합병 발표 당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의 경우 이재현 회장이 복귀하면서 올 하반기 가장 활발한 M&A를 펼칠 큰 손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으면서 현재 경영복귀를 앞두고 있는 상황. CJ는 이 회장이 지난 2013년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이렇다 할 투자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 회장의 복귀만을 기다려왔다. 지난 12일 임원진의 인사 적체도 해소한 만큼 향후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의 사면 이유가 경기활성화라는 점에서도 공격적 투자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CJ는 현재 동양매직,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동양매직과 한국맥도날드의 예상 인수가격은 각각 6000억원, 5000억원 수준으로 대어급에 해당한다. CJ의 당초 M&A 키워드인 글로벌·콘텐츠 강화 역시 이 회장의 복귀와 맞물리며 활기를 띄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물류사업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 종합물류기업인 센추리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했으며, CJ제일제당은 화이트바이오(음식료)에 주목하고 미국 바이오벤처기업인 메타볼릭스 인수의향서를 체결했다. CJ 관계자는 "오너의 부재 속에 지난 3년간 성장을 위한 투자가 부족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적극적인 M&A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CJ의 행보는 앞서 최태원 회장의 복귀로 M&A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SK와 궤를 같이 한다. 앞서 SK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에 이어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에 이르기까지 국내 재계에서 가장 성공한 M&A 사례를 만들어왔다. 지난해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와 쏘카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하이닉스 대박 재연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현재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SK의 5대 신성장동력 범위 내에서 지속적인 M&A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IT서비스, ICT 융합, 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 등 5대 신성장 동력을 내세우고 있고, M&A 역시 이에 초점이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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