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전세계 한진해운 자산 가치 보전이 최우선 과제
금융위기 때 구조조정 잘못…국제사회 신인도 회복 필요
2016-09-19 10:50:02 2016-12-13 14:46:26
한진해운을 포함한 해운 및 조선 회사들이 동반해서 곤경에 빠지게 된 거시적 배경과 원인은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 중에는 우리나라 해운 산업이 추락하게 된 배경으로 지난 1998년 IMF 금융 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해운 및 조선 산업 구조조정 방식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정부 당국은 외국 선사들에게 선박금융 지원까지 해 주면서 한국 조선회사들에 선박 발주를 적극 독려했다. 반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선사들에게는 신규 발주는커녕 보유 선박을 매각해서라도 부채를 감축하도록 강요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자 이번에는 비싼 용선료로 장기 계약을 통해 선복량을 확보하게 된 것이고, 이후 다시 해운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해상 운임 수준은 하락 일로를 걷게 된 것이다. 결국 국적 선사들이 운임 경쟁에서 해외 선사들에 밀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고, 이러한 ‘고비용(높은 용선료 장기 계약) 저수익(운임 하락 추세)’ 구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현재화된 한진해운 사태를 얼마나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안정을 되찾느냐 일 것이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로 당장은 현재 운행 중인 선박에 적재된 화물의 화주들의 클레임, 운항에 관련한 미불금 청구 사태 등 대제로 단기적인 사안들이나, 이러한 초기 대응이 일단락되고 나면, 경우에 따라서는 본격적인 위기가 닥쳐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적 선사들의 국제사회의 신인도 회복이다. 국내외 화주들은 한진해운이라는 최대 선사가 하루아침에 법정관리로 들어가는 상황을 쉽게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향후 이러한 거래 기업들은 운송 위탁할 때마다 필시 이러한 리스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한국의 수출입 화주들이 운송 서비스 선택이 제한되어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하락은 물론이고 수입 물가의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중대한 파급 영향은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들에 대한 해운 서비스 수요와 공급 차이를 어떻게 맞춰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세계 상위 선사인 MAERSK 및 MSC 등은 한진해운의 영업 영역을 차지하려는 목적으로 아시아와 미주 등을 연결하는 태평양 횡단 노선의 확장을 도모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 정부 당국이 선두에 서서 제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한진해운의 전 세계에 널려 있는 자산 가치를 보전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통상적인 운항에 소요되는 경비 부담 및 채무 발생에 대해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를 확실히 정하는 것이 선결 사안이다. 연후에 한진해운이 됐건 현대상선이 됐건 우리나라 해운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가져 갈 것인가 하는 거시적 산업 재편에 대한 방침을 정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위급 상황에서는 해당 부처가 나서서 서둘러 단기, 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여기에는 첫째, 어떤 경우가 됐건 한진해운의 운항 정상화는 응급조치로 시급히 대응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둘째, 한진해운에 대한 장래 처리를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방향을 조속히 확고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법원에 의한 법정관리 상태를 오래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과거 무수한 법정관리 사례가 증명하는 바이다. 셋째, 한진해운의 경영 파탄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모든 주체들에 대해 이에 상당하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주도로 한진해운을 회생시키는 방향으로 정했다면 여기에는 고려할 수 있는 여러 갈래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기존 주주들 지분을 제로로 감자하는 동시에 기존 대출 채권도 공적자금으로 매입하거나 경우에 따라 국책은행 여신은 출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른 민간 은행 및 기타 채권자들도 지분 재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한진해운을 정부 주도로 충분한 자본 재편을 실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선의의 의향을 가진 투자자들을 참여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박상기 전 숭실대 겸임교수
 
한진해운 선박이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에 입항하지 못하고 해상에 정박해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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