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구글의 지도 반출 논란, 정부가 기본 원칙 수립해야
'포켓몬 고'가 촉발 시킨 논쟁…경쟁과 혁신 vs 국가 안보 등 찬반 논리
국내 업체에도 동등하게 환경 정비…국가 안보 가치 훼손되는지 검토
2016-09-12 10:24:30 2016-12-13 14:48:03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구글이 우리나라의 지도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로 구성된 ‘지도반출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국외지도반출 허용여부를 심의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가적인 심의를 통해 반출 여부를 오는 11월23일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런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물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미루고만 있을 사안도 아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양제민 변호사(법무법인 오현, 정보통신 공학박사)에게 들어 본다.
 
지도반출에 관한 법적 근거
 
지도의 국외반출과 관련한 법적 근거를 살피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간정보법)’ 제16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국내 지도의 국외반출을 금지하되 같은 조 제2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이하 지도반출협의체)를 구성해 그 회의 결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국외반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도반출협의체의 허부 결정 시한에 대해서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허가심사기준’이 규정하고 있어 제11조 제2항에 의거 신청서 접수 후 6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위 법률 규정들에 의하면 지도반출협의체는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허가신청에 대해 8월25일까지 심사결과를 통보했어야 한다. 하지만 지도반출협의체는 민원처리기한의 예외적 연기를 규정하고 있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 제1항 본문을 근거로 심사결과 통보를 60일 연기함으로써 허부 결정을 차기 실무회의로 넘겼다.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항 단서에 의거 구글의 동의를 받아 재차 60일 연기도 가능한 상황이다.
 
‘포켓몬 고’가 촉발시킨 지도반출 논쟁
 
아이러니하게도 지도반출에 대한 논쟁은 모바일 게임에 불과한 ‘포켓몬 고’에서 촉발됐다. 특히 이용자가 위치한 지역이 강가냐 숲이냐 등의 특색에 따라 출현하는 포켓몬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포켓몬 고에 제공되는 지도가 중요하다. 포켓몬 고를 개발한 나이앤틱은 구글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외국 기업이라 공간정보법 등에 의거 원칙상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해외에 있는 자신의 서버에 저장할 수 없다. 때문에 현재는 SK텔레콤의 지도를 구매해 한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이앤틱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포켓몬 고의 한국 출시 역시 미루고 있는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고를 ICT강국인 한국에서 즐길 수 없는 이유가 국내 지도의 국외반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계, 산업계,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도 국외반출 허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찬반 논리 : 경쟁과 혁신 vs 국가 안보
 
지도의 국외반출을 찬성하는 측의 논거를 살피보면 ①지도음성안내, 3D지도 등 구글의 모든 지도 서비스가 국내에 제공되면 국내외 기업간 경쟁이 확산될 것이고 나아가 구글 지도기반의 자율주행차, 자율주행드론 등의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점(경쟁과 혁신의 촉진) ②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지도 국외반출 금지를 무역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해야한다는 점(불필요한 통상마찰 방지) ③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어버린 구글 지도 서비스 대한 국내 업체의 활용이 늦어 과거 아이폰 시대에 옴니아를 개발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디지털 갈라파고스 우려) ④구글 지도 서비스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업체가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의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 등을 들고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①구글이 보유한 위성 영상과 국내 지도가 결합하는 경우 군사시설 등이 노출되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국가 안보 위협) ②지도 데이터를 보유한 국내 업체는 정부의 정기 관리감독을 받고 있으나, 구글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이상 이러한 관리감독을 피해갈 수 있고 지도 데이터에 기한 수익에 대해 법인세마저 회피할 수 있다는 점(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발생) ③구글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구글의 하청기업만이 살아남을 우려가 있다는 점(해외 거대자본에 종속화) ④독도, 동해 등 우리 고유의 영토, 영해를 임의로 리앙크루암, 일본해 등으로 수정할 우려가 있다는 점(임의적 지도 수정 우려)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기본 원칙 수립해야
 
국토해양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지리정보원 등은 언론 등을 통해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거나 위성 영상에서 보안 시설을 가리는 조건으로 국내 지도의 반출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안전에 직결된 국가 안보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지도의 국외반출을 막는 진정한 이유가 국가 안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반출여부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가 안보가 담보된 상황에서야 비로소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내세우는 이익들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는 것이 반출을 허용하는 경우보다 과연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인지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검토는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미 공개된 지도 서비스들의 수준을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검토 기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구글의 위성 영상이나 지도가 아니더라도 일반에 공개된 아메리칸온라인의 맵퀘스트, 아우디·BMW·다임러 컨소시엄의 히어 등 지도 서비스를 살펴보면 이미 국내 군사 시설과 보안 시설을 포함한 위성사진과 상세 거리 지도가 건물 단위로 표시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는 것이 나아가 구글의 위성 영상 중 일부를 가리도록 요구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다각적인 검토 결과,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 반출을 금지하는 것을 정부의 원칙으로 정하면 족하지 굳이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취하거나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지도 국외반출을 허가하여도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판단될 시에는 국외반출을 허가하되 찬반 측 의견에서 나타난 이익을 비교해 업계 충격을 최소할 수 있는 조건과 방안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공정한 ICT 환경 구상해야
 
지난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을 때를 회상해 보자.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쫒느라 진땀을 쏟았는데, 한편으로 아이폰에 구글, 야후 등 해외 인터넷 기업의 서비스가 기본 탑재돼 있어 국내 업체들은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며 정부에게 플랫폼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의 요구가 타당한 것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신규 서비스의 등장에 발맞춰 국내외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ICT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공정한 ICT환경의 구축은 지도의 국외반출 여부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만약 지도 국외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외반출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처럼 서버를 해외에 둔 구글로서는 국내 업체와 달리 지도 데이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리감독을 면할 수 있고 법인세마저 회피할 수 있다. 자본력에서 조차 밀리는 국내 업체로서는 불리한 입장에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국내 업체가 최소한의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 업체와 국내 업체에게 동등한 수준의 규제와 간섭이 가해지도록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설사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 할지라도 외국 업체와 국내 업체 사이의 동등한 수준의 규제와 간섭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규제완화로 귀결되는 바 ICT발전으로 등장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 영역에 국내 업체가 보다 자유롭게 진입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2016년 11월 23일은 지도반출협의체가 지도의 국외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시한이다. 앞으로 남은 약 2달 동안 정부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논리에서 도출되는 이익을 비교하되 특히 국가안보라는 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해 원칙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포켓몬 고' 게임 이용자들이 지난 7월 23일 포켓몬을 잡기 위해 울산 간절곳 '소망 우체국' 앞에 모여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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