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유화업계, 잔치는 끝났다?
중동·차이완發 쓰나미 위협적
"현지화·제품차별화 전략만이 살길"
2009-11-15 11:00:00 2009-11-16 09:33:05
[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내면서 잔칫집 분위기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경기부양책으로 국내 업체들의 ‘제2의 내수시장’이라 불리는 중국 수요가 버티어준 것, 우려했던 중동 신증설 물량 출하시기가 지연된 것, 그리고 3분기까지 원화약세로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실적 호조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4분기부터는 실적을 끌어올릴 만한 요소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대신 공급과잉, 수요부진 등의 악재들이 줄줄이 석유화학업계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중동산 신증설 물량이 경기회복세에 맞춰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회되기 시작해 아시아 역내의 공급과잉 시대 역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또 중국과 대만간의 자유무역협정(FTA)과 동등한 효력을 내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체결이 내년초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악재로 거론된다. 국내 유화업체와 주력 수출품목이 겹쳐 최대 경쟁국으로 꼽히는 대만 업체들이 관세 인하로 제품 가격을 내리게 될 경우 최대 수출시장 중국에서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수출에 큰 걸림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현지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지키기 전략과 중동에서 쏟아져 나올 주력 물량과 겹치지 않는 제품 포트폴리오 새로 짜기 전략을 통해 위기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 차이완(중국+대만)발 거대 황사가 몰려온다
 
지난해 국내 유화업체들의 매출 50% 이상이 수출에서 나왔다. 이 중에서도 대(對)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0%에 육박해 중국은 유화업체들에게 ‘제 2의 내수시장’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이 거대한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와 대만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세계 각국 시장에 고르게 수출하는 일본과 달리 중국 집중도가 큰 우리나라와 대만은 수출 품목이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PVC(폴리염화비닐) 등으로 겹치고 가격대도 비슷하게 형성돼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그러나 내년 초 중국과 대만의 경제통합을 의미하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체결돼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관세 폐지 혜택을 받는 대만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중국이 PE, PP, ABS, PVC 등 화학제품에 매기는 관세는 6%대인데 대만 제품의 수입 단가가 톤 당 70달러만 떨어져도 한국 업체들은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시장 지켜야
 
이런 악재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표적인 대(對) 중국 전략이 바로 현지화다. 현지업체와 합작 형태로 유화공장을 신증설해 수출 운송 단가를 대폭 줄인다면 대만업체들이 얻는 6%의 혜택도 상쇄할 수 있고, 현지 고객들의 요구사항도 즉시 반영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조언대로 국내 업체들은 경제협력 이후를 대비한 장기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합작으로 내년부터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ABS공장을 지어 2012년 중국에서 ABS 100만톤 생산규모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화석유화학도 지난 7월 중국에서 2010년말 완공 목표로 연산 30만톤 규모의 PVC공장을 짓고 있고 PVC의 원료가 되는 VCM(비닐클로라이드모노머), EDC(에틸렌디클로라이드) 생산공장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삼성토탈은 최근 중국 진출 1호 생산법인인 PP 공장 가동에 들어갔으며 금호석유화학 역시 현지 생산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의 현지화 전략에 더 박차를 가해 더 싼값에 중국 고객에 신속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 외에도 지나치게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위험도도 큰 국내 업체의 수출국 편중을 유럽, 북미 등지의 국가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원유를 넘어 제품 생산까지…중동발 거센 모랫바람이 불어온다
 
원유를 채굴해 수출하는 이른바 업스트림 산업에 치중하던 중동 국가들이 최근 다운스트림 산업인 제품 생산에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화학제품 모랫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에탄·프로판 가스 공급 차질 등으로 지연됐던 중동 석유화학 설비는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이 시작됐다. 또 700만톤 이상의 화학제품을 쏟아낼 대규모 신·증설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2010~2012년 완공이 예정돼 있어 이후 국내 업체들이 받을 타격을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 100억달러 이상이 투자된 페트로라비그 프로젝트는 1단계로 기존 정유설비와 연계된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해 지난 4월 가동에 들어갔다. 201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2단계 프로젝트 역시 정유설비에서 나오는 나프타 300만톤을 활용해 다양한 화학제품들을 쏟아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추진 중인 라스타누라 정유·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와 정유 고도화설비와 연계해 방향족 화학제품을 생산할 계획으로 추진 중인 주베일 프로젝트 등 원유부터 정유, 화학에 이르기까지 물량들을 쏟아낼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 고부가가치 제품 차별화 전략으로 바람 잠재워야
 
이렇게 중동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원유공급부터 제품 생산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므로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생산이 집중될 화학제품의 생산을 최대한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등 차별화된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것이 국내 업체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중동 신증설 물량이 PE(폴리에틸렌)계열 제품에 집중돼 있다고 파악한 이후 중동 주력제품과 겹치는 제품 생산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대신 현재 70%수준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2012년까지 100%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중동에 대항하는 LG화학의 계획이다.
 
문상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는 중동에서 생산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에틸렌, 프로필렌 계열 제품 생산을 최대한 줄이는 등 제품군이 겹치지 않도록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새로 짤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동국가들이 에탄, 프로판 가스 기반의 제품에 더해 정유시설을 기반으로 한 나프타 원료의 화학제품을 만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나프타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므로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도 동시에 세워야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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