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종목을 보는 눈] 우영의 최종부도가 시사하는 것
2008-03-01 14:44:00 2011-06-15 18:56:52
우영이 결국 최종부도를 냈다.

연간 매출액 3천억 수준에 중견기업이 만기가 돌아온 어음 18억원을 결제하지 못해서 결국 최종부도를 내고야 만 것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우영의 최종부도가 LCD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우준식 동양증권 연구원은 "업황 문제보다는 회사 내부 문제에 따른 측면이 큰 것 같다"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만 LCD 부품 산업 자체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얘기대로 우영의 부도는 업황의 문제이긴 보단 개별 종목의 특성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업황부진에 의한 재고자산증가와 무리한 설비투자에 따른 운영자금 부족이 가져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영의 최종부도가 가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산업의 문제가 아닌 기업의 문제라면 우린 우영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종목, 그리고 우영이 처한 상황적인 특징에서 그러한 시사점들을 고찰해 봐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시사점은 코스닥 내에 우영과 비슷한 종목군이 많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코스닥 주요공시중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업목적 변경과 신주인수권부 사채, 전환사채의 발행공시이다.

대형주나 우량한 기업은 채권발행이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종목들의 생명연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채권발행 기업이 영업쪽에서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현금흐름 악화와 함께 금융비융 증가로 자본잠식 상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목적이 시설자금도 아닌 운영자금 목적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조금 더 시야를 넓게 확대해 보면 우영의 위기 상황은 글로벌, 그리고 국내 차입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왔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연준위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과 모기지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정책 약발이 실제로 소비증가와 금융비융 부담감소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라 하겠다.

미국내에서도 신용대출을 꺼려하고 기간이 짧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최근에 돈을 빌려갈 곳은 외부환경에 취약한 중소기업들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현금여력이 풍부해 차입을 피하고 있고 개인들은 대출규제와 부동산 규제에 묶여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해 줄 곳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 쪽이다.
 
그런데 은행도 바젤2 협약에 따라 위험기업에 대출을 할 경우 대손충당금에 대한 차등비율을 적용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올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도 여전히 지표금리의 하락만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금융환경 악화로 차입환경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당연히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선 지금처럼 불확실한 구간에 돈을 빌려줄 때 기간을 짧게 하고 높은 이자를 바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월 경상수지가 의외로 악화되어 국내로 유입되던 달러공급도 줄어든 상황이다. 거기다 미국 은행들도 신용위기로 돈을 빌려주기 어려운데다 외국인들을 주식 판 돈을 외국으로 가지고 나가고 있다.

일단 금융환경이 좋아지려면 돈이 풍부하고 금리도 낮아야 한다. 우리는 2004년부터 그런 상황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환경이 변하고 있다. 정책금리는 낮추는데도 불구하고 실세금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유동성은 여전히 투기적인 흐름만을 쫓고 있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을 통틀어 충분한 자금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과 외부환경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기업에 대해서는 어느때 보다도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하겠다.

특히 최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사모사채를 다량으로 발행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 투자시 어느때 보다 재무제표에 대한 고찰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단순히 차트만을 쫓거나 테마주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실적을 주목하되 단기차입금과 차입금의존도, 금융비용의 증가여부, 기업의 신용등급의 변화도 주의깊게 살펴 볼 일이다.

그나저나 계절은 봄이 찾아오는 길목에서 기업이나 개인이나 돈을 빌려쓰기 어려워진 것은 매한가지다.

뉴스토마토 김종효 기자(kei100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