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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8강 놓고 멕시코와 단두대 매치…수비력 관건
독일과 3-3 무승부…수비에서 나오는 실수 극복해야
2016-08-08 10:42:31 2016-08-08 10:42:31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한국 올림픽 축구가 '유럽 강호' 독일과 비기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멕시코와 '단두대 매치'에서 부족한 수비력 문제를 극복해야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은 8일(한국시간) 사우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축구 예선 C조 2차전에서 3-3으로 비겼다. 전반 25분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간 한국은 전반 33분 세르지 나브리(아스널)와 후반 10분 다비드 젤케(RB 라이프치히)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후반 12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후반 41분 석현준(FC포르투)의 연속골로 다시 경기를 뒤집었지만, 후반 47분 나브리에게 프리킥 골을 허용하며 승점 1에 만족했다.
 
지난 5일 피지와 1차전에서 8-0 대승을 챙겼던 대표팀은 1승 1무(승점 4·골 득실 +8)가 되며 이날 피지를 5-1로 꺾은 멕시코(승점 4·골 득실 +4)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4골이 앞선 단독 선두를 지켰다. 2무(승점 2)로 3위인 독일은 '약체' 피지와 일전만 남기고 있어 토너먼트 진출이 가장 유력하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11일 한국과 멕시코 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날 한국은 특유의 장점인 화끈한 공격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수원 삼성),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등이 이끄는 팀 공격력은 준수했다. 끊임없이 기회를 엿봤고 날카로운 면모를 뽐냈다. 교체 투입된 석현준과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도 온 힘을 다했다. 무엇보다 상대 골문을 세 차례나 열며 1차전 골 폭죽에 이어 조별 리그 2경기 11골을 퍼붓는 공격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수비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미드필드나 수비 진영에서 어이없는 패스 실수로 실점을 내주는 장면을 반복했다. 전반 33분 문창진의 패스가 도화선이 돼 나브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10분 이슬찬의 킥 실수가 젤케의 역전골 원인이 됐다. 마지막 나브리의 프리킥 동점골도 이전에 손흥민이 완벽하게 공을 처리하지 못한 게 프리킥으로 이어졌다. 모두 공을 제대로 내보냈다면 나오지 않았을 실점이다.
 
'끝장 승부'를 펼칠 '북중미 강자' 멕시코는 그간 우리의 올림픽 본선 단골 상대였다. 벌써 4번째 만남이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때 0-0으로 비겼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선 우리가 1-0으로 이겼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땐 다시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평가전까지 합치면 2승 4무 1패로 한국의 약간 우세다. 해볼 만한 상대로 생각할 수 있지만, 멕시코는 4년 전 런던에서 브라질을 꺾고 대망의 금메달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특히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뽑힌 오리베 페랄타(클럽 아메리카), 호르헤 토레스 닐로(UANL 티그레스), 알프레도 타라베라(데포르티보 톨루카)가 공격, 수비, 골키퍼진에 적재적소에 투입돼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페랄타 외에 허빙 로자노, 마르코 부에노(이상 CF 파추카), 에릭 토레스(휴스턴 다이너모)로 이어지는 탄탄한 공격진도 장점이다. 북중미 특유의 화려한 개인 기술과 패스워크로 우리 골문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선 상대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강력한 압박이 요구된다. 또 공격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공격 작업 상황에서 어이없는 패스 실수로 상대에 단번에 기회를 열어주거나 수비 상황에서 백 패스 실수 등 나와선 안 될 경기력이 다시 꿈틀댄다면 멕시코전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첫 메달(동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뤘던 홍명보호는 그 어떤 올림픽 역대 한국 팀보다 수비가 강했다. 윤석영-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홍정호(장쑤 쑤닝)-김창수(전북 현대)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이 중심을 잡았고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격한 기성용(스완지 시티)-박종우(알자지라)의 호흡도 좋았다. 이런 수비 균형 덕분에 한국은 런던 올림픽 6경기에서 5실점만 내주며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나마 3실점 한 브라질과 4강전 이전까진 4경기 2실점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성인 국가 대표팀 중심으로 성장한 홍명보호 수비 진용과 달리 신태용호 수비진은 와일드카드인 성인 국가 대표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푸리) 외에 경험이 절대 부족하다. 경기 감각도 온전치 않다. 중앙 수비 콤비인 정승현(울산 현대)-최규백(전북 현대)과 좌우 수비를 맡은 심상민(FC서울)과 이슬찬(전남 드래곤즈) 등은 독일전에서도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설상가상 최규백은 독일전에서 이마 부상으로 쓰러져 멕시코전 수비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규백이 빠진다면 18인 엔트리 중 중앙 수비수가 절대 부족한 한국은 멕시코전 때 장현수를 중앙 수비로 돌리고 수비형 미드필더에 이찬동(광주FC)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한국 올림픽 축구 국가 대표팀이 8일 독일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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