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300만 고지를 넘어 손익분기점이 되는 4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개봉 직전 평론가들의 혹평이 쏟아져 과연 관객동원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웠지만 다른 영화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역을 맡아 화제에 오르기도 하고, 한류스타인 이정재의 열연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중심인물은 사실 맥아더 장군이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은 그냥 거저 얻어낸 승리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는 한국전쟁의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결코 맥아더 장군 한사람만의 지략으로 가능하지 않았음을 재조명하고 있다. 영화의 포스터에 선명하게 새겨진 문구처럼 5000대 1의 확률을 뚫고 해군 첩보부대 및 켈로부대원들의 희생을 딛고 인천상륙작전은 결행되었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첩보작전을 수행하는 한국 부대원들의 희생과 맥아더 장군의 고독한 결단과 추진력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우리가 잘 몰랐던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와 의미를 잘 알려주고 있다. 영화를 볼지 말지 여부를 비롯해 보고 나서도 각자의 생각에 따라 영화가 준 의미를 발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정치권에 상륙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평론가들이 평점을 낮게 준데 대해 유명 정치인이 쓴 소리로 받아쳤고 온라인 공간은 이념적 대결 논리로 퍼렇게 멍들었다.
영화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내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평론가들이 획일적으로 야박한 평점을 주지도 않았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독립영화가 아닌 이상 상업영화로서 배우들의 연기, 스토리 전개 등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 전문가 관점에서 평가는 필요하다. 나쁜 평점을 받는다고 해서 일반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실패작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로서, 그리고 리암 니슨이라는 세계적인 배우가 참여한 영화라면 더 극적인 완성도를 요구하게 된다. 반대로 관객의 입장에서 극의 구성적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유명 배우들이 주는 흥미와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보여주는 호국적 메시지에 감동을 받게 된다. 실제 관객들이 부여한 높은 평점으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굳이 정치적 해석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갈등을 심각하게 유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정치적 해석 논란 속에 다른 영화인 ‘부산행’은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관객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좀비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극찬까지 받고 있다. 영화 제목이 ‘부산행’이라서 그렇지 지리적으로 부산이라는 의미보다는 종착역, 그러니까 재난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사회비판적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던 감독의 작품이라 전대미문의 재난을 대하는 국가의 모습, 인간의 본능을 실감나게 다룬다. 칸 영화제에서 비경쟁부문이기는 하지만 박수갈채를 받은 것으로 보아서도 단순히 한국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 수준이 상당해 브래드 피트가 열연했던 ‘세계전쟁-Z’의 여객기속 집단 좀비 장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일반관객들이 보기에 흥미진진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 평론가들도 높은 점수를 줄만큼 극적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부산행 역시 정치적 해석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가의 재난관리 부재를 질타한다는 면에서 현 정권의 무능함을 비꼰다는 해석이다. 느닷없는 이념 타령이 흘러나온 셈이다. 그러니까 여당은 인천상륙작전을, 야당은 부산행을 더 선호한다는 뜬금없는 비전문적이고 비이성적인 해설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우리 사회의 갈등’관련 조사(2015년 10월23~26일. 전국 2000명 유무선 RDD 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응답률16.3% 자세한 사항은 발주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갈등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우리 국민들은 ‘여야 갈등’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같은 영화를 놓고 지나친 이념적 공방은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영화 부산행을 제대로 이해하는 태도가 못된다. 맥아더 장군이 북한군을 더 이상 ‘부산행’ 하지 못하도록 용기 있게 ‘인천상륙작전’을 시도한 배경에는 남과 북으로 그리고 이념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싶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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