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활성화" vs "실업 증가"
입력 : 2016-08-01 09:10:05 수정 : 2016-08-01 10:39:52
내년도 최저임금이 엄청난 진통 끝에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가 이번처럼 심각하게 충돌했다. 노동자 대표는 표결에 퇴장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이 수준이 너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가? 국가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국력을 축적해가는 방안은 무엇인가? 대폭인상이 시급하다는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의 서로 다른 진단을 들어본다.[편집자]
  
◇“임금 오르면 구매력 생기고 경기 살아나” -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과거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최저임금제도로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에 추가적 인건비 부담을 주기 때문에 기업의 노동수요를 감소시켜 실업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노동자의 처지가 개선되는 반면 일부 노동자들은 실직이라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되므로 일장일단이 있는 제도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런 논리에 입각해 한국 재계와 보수 학계의 최저임금 혐오가 심해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늦은 1987년에야 비로소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나라는 70개국을 넘었으니 한국은 그 국력 수준에 비해 상당히 늦게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셈이다.
 
그 뒤에도 최저임금에 대한 당국의 관심은 낮았고, 재계의 반대도 심해 최저임금 수준은 계속 낮았다. 뒤늦게 도입한 최저임금은 너무 낮은 수준이어서 있으나 마나 한 제도였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들이 모두 하니 체면상 따라 한다는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식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최저임금을 보는 경제학계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미국의 크루거의 기념비적 연구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실업이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부정적 효과의 크기는 아주 작아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고, 그 뒤 나온 후속 연구들에서도 이런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도 "이론적으로 최저임금은 저소득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에 위협이 되지만 이러한 현상을 증명할 실제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정권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에서 민주당 대통령 때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고, 공화당 대통령 때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김영삼(연평균 3.3% 인상), 이명박(연평균 1.4% 인상) 대통령 때는 조금밖에 오르지 않았고, 김대중(연평균 5.5% 인상), 노무현(연평균 7.7% 인상) 대통령 때 많이 올랐다. 친기업적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자 재계에서는 호기를 만났다는 듯 최저임금 삭감(마이너스의 인상률)을 주장하기도 했으니 최저임금이 정권에 따라 얼마나 좌우되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도입 초기에는 평균임금의 25%를 오르내리는 수준으로서 OECD에서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제일 낮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상당히 인상된 현재까지도 평균임금의 30%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상당한 인상 여지가 있다.
 
경제학계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국제노동기구(ILO)와 OECD는 ‘최저임금제도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있더라도 미미하며 일반적으로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임금격차가 OECD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저임금계층(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달자)의 비중도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 수준으로 OECD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다. 따라서 한국은 최저임금을 적극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20년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중산층·서민은 소득이 없어 상품을 사지 못해 불황이 더 장기화하는 터라 최근 여러 나라에서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최저임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최저임금 2배 인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는 집권 후 실천했다. 임기 8년 동안 상대적 고성장과 분배 개선, 빈곤 축소라는 큰 성과를 올렸는데 상당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 인상이 화제가 됐는데, 2022년까지 시간당 15달러까지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2012년 시급 15달러 요구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불가능’이라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4년이 흐른 지금은 현실로 바뀌었다.
 
영국도 시간당 6.7파운드였던 최저임금을 올해 7.2파운드, 2020년에는 9파운드(약 1만5000원)까지 올릴 예정이다. 러시아 역시 올해 7월부터 최저임금을 20% 가까이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단체협약 효력 확장에 따라 별도의 최저임금제도를 두지 않았던 독일도 2008년 7월 기민당-기사당-사민당의 합의에 따라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그간 최저임금에서 소외됐던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과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소매상 등 360만명이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됐다. 일본에서도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려 1000엔(약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러 나라에서 이렇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태도가 바뀐 이유는 세계적 장기불황 속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 상품을 살 구매력이 생겨 경기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ILO에서 권장하는 포용적 성장, 혹은 임금주도 성장의 원리다. 과거 한때는 부자와 대기업이 먼저 돈을 벌면 중산층·빈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소위 낙수효과가 유행한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뒷전으로 사라졌다.
 
이제 재계도 최저임금의 비용적 측면만 보고 손사래를 칠 것이 아니라 임금이 갖는 수요적 측면, 즉 경제활성화 효과를 생각해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고용 감소를 일으키므로 금물이지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아직 낮으므로 앞으로 몇 년간 인상을 적극 고려할만하다.
 
끝으로 올해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의 연례적 파행적 운영을 생각할 때, 최저임금의 결정 방식을 바꾸는 것도 검토할만하다. 주장대로 국회에서 심의·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고, 유럽 몇몇 나라에서 하듯이 평균임금(혹은 중위임금)의 50%, 혹은 60%로 한번 정해 놓으면 최저임금은 매년 자동적으로 결정되므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지루하고 소모적인 줄다리기를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는 살풍경은 더 이상 안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금정책은 일자리를 감소시킬 뿐” -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소득 불평등의 악화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 국가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대부분 1%대를 기록했다. 특히 G20 국가 중에서도 선진국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8년 이후 사실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구체적으로 2007년에서 2012년의 기간 동안 G20 선진국들 중 호주와 캐나다만이 각각 7.3%와 4.3%의 실질임금 상승을 경험했을 뿐 다른 국가들은 실질임금 상승률이 2%대에 미달하였다. 한국은 같은 기간 중 실질임금이 0.8% 늘어났고,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은 실질임금이 도리어 감소하였다.
 
실질임금의 정체는 경제성장에 따른 생산성의 향상이 실질임금의 상승 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국민소득 중 근로자가 가지고 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피용자보수/(피용자보수+영업잉여))이 하락하게 된다.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은 다시 계층 간 임금 및 소득 분배의 악화를 가져온다.
 
소득 불평등의 확대와 근로빈곤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으로 G20 국가들은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사회안전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에서 2012년 사이 12개 국가에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이 상승하였고, 실업급여와 더불어 빈곤계층에 대한 소득지원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노동소득분배율이 2010년을 제외하고는 2010년대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노동소득분배율과 더불어 지니계수 등의 소득 불평등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의 개선은 최저임금의 상승 때문이기 보다는 보건 및 복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조세 및 복지를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 등에 기인한 것이 명확하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 및 조세복지 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의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등 임금정책은 일자리 감소라는 부정적 효과와 더불어 실업의 증가로 인한 소득 불평등 확대가 우려된다.
 
최저임금 상승의 고용효과에 대해 대부분의 연구들은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을 줄인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연구인 이정민(2015)에 의하면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고용은 주당 44시간 일자리를 기준으로 약 0.1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최저임금의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기업이 업무효율화 등 생산성 증대로 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임금상승률보다 훨씬 높고, 임금이 최저임금에 의해 결정되는 근로자가 임금근로자의 18.2%(2016년)나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더 이상의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기업이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가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임금과 생산성이 일치하도록 임금을 조정하고, 성과와 직무에 바탕을 둔 임금시스템을 도입하며, 임금 유연화를 통해 대기업·정규직의 제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제2차 노동시장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노동시장 구조개혁 노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임금은 생산성과 임금이 일치하도록 시장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임금 및 소득 불평등은 근로장려세제와 복지정책,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일자리 창출은 일자리 질의 개선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생계비와 최저임금의 상관관계를 따져보자. 노동계는 생계비 기초자료에 미혼단신근로자 생계비뿐만 아니라 가구생계비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현행 미혼단신노동자 실태생계비에서 가구생계비로 기준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가구생계비로 기준을 변화했을 때 어떤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현행 제도의 유지를 주장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제5조, 제8조에서는 근로자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네 가지 통계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생계비는 미혼단신노동자 실태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근로자의 대부분은 청년이나 여성 및 고령자로 가구의 주 생계소득원이 아니다. 비록 이들은 최저임금을 받지만 다른 가구원도 돈을 벌기 때문에 최저임금 근로자라고 해서 반드시 빈곤가구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 아르바이트 일자리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저임금 근로자의 약 30%만이 빈곤가구에 속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저임금의 생계비 기준을 현행 미혼단신근로자에서 2인 가구로 확대했을 때 최저임금으로 생계가 가능한가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즉, 4인 또는 5인 가족의 경우에는 가족 중 한 명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고 해서 생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의 결정에 가구생계비를 반영하자는 주장은 최저생계비 인상을 위한 편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최저임금을 통해 가구의 생계를 보호하려는 시도는 실업의 증가와 같은 부작용만으로 초래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며, 근로빈곤과 같은 가구의 생계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현행 근로장려세제의 확대 개편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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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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