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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체질개선 통한 경쟁력 확보해야
영업·금융·선박면에서 경제성 있는 사업구조 재편 절실
2016-07-29 06:00:00 2016-07-29 0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풍전등화 위기에 놓인 해운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기회로 삼아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보다는 기업 스스로 '돈이 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위기를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업계에 대한 조달금리를 낮춰주는 한편 해운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조선업 등과 상생하는 일본의 해사클러스터모델을 참고해 '한국판' 해운조선상생모델을 만들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지금이 체질개선의 적기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단일시장이 형성된 해운업계에서 한진해운(117930)현대상선(011200)이 '공개적'으로 용선료 협상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이 기회에 구조조정을 초래했던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를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이 어렵다고 해서 자산을 파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지원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비록 금융 주도의 업체별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지금이라도 선박단위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사는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현재 사업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위기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업체 스스로 사업구조를 철저히 분석해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바꿔나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선박과 금융, 영업 면에서 경제성을 분석해 업체 스스로 비경제선을 대체하거나 대안을 찾고, 정부는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식으로 지원해야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지금, (정부 주도로)사업구조를 개편해 나갈 수 있다"며 "지금이 바로 악순환을 멈출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선박을 도입할 수 있는 조건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업체들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조달금리를 낮춰 금융비용을 낮추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황진회 박사는 "해운업계에 대한 금리가 낮아져야한다"면서 "유럽권과 금리조달 조건이 동일하게 가야 장기적으로 동등한 조건에서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1000억짜리 배를 8척을 한국과 유럽에서 각각 5%, 1% 금리,  20년 상환 조건으로 이자를 계산하면 그 비용 차이가 3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허덕이는 지금 상황에서도 흑자를 내는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은 금융조달비용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황두건 해양정보거래센터 박사는 "카길 같은 대형화주가 지금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사들에 에코십 등의 신조를 유도하는 상황"이라면서 "국적선사가 유동성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는 선박 조달금리를 낮춰 경재력을 갖추게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장기적으로는 해운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제시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종길 성결대 동북아물류학부 교수는 "일본은 해사국을 통해 조선과 해운, 박용기자재업체를 한 카테고리로 묶어 지원·발전시키고 있다"며 "해운업에 대한 정확한 미션을 내려주는 기구와 전담부서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가 해운업을, 산업부가 조선업을 담당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어 양산업간 공조 및 상생이 힘든 구조이지만, 전담부서가 생긴다면 정책금융기관과 협력 관계도 기대할 수 있다. 선사들이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게 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두건 박사는 "선박 도입 시점과 운임 헷지, 사업 시나리오 분석 등의 교육 지원을 통해 해운에 대한 위험관리 체계를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운업계는 세미나 등을 통해 연관 산업간 공조 모델 구축해야한다고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산업 간 수용창출 고리를 형성하고 상생모델 구축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한다는 얘기다. 해운은 조선산업의 전방산업이고, 철강과 전력, 가스 등은 원료수입이 필요한 대량 화주다. 예를 들어 철광석과 석탄 등의 원료 수송이 필요한 철강사가 자국 선사에 운반을 맡기면 선사는 이를 실어나르기 위해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한다. 조선소는 배를 짓기 위해 또 다시 자국 철강회사에 강재를 주문하게 된다. 외화유출을 방지할 수 있고, 국가전략산업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모델로 일본의 '해사클러스터'가 제시되고 있다. 일본의 해사 클러스터는 결합 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위기 상황에서 서로 출자하거나 고통을 분담하는 식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일본은 조선소와 선주, 화주, 박용기기 업체들이 해사클러스터로 연계돼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상생·발전해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운·조선 연계 모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사례는 계약서도 쓰지않고 믿고 거래했던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호황이 해운업 호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되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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