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더욱 커진 K리그 서포터즈의 목소리
구단과 직접 면담부터 심판 해명 요구까지
프로축구 문화의 당당한 한 축으로 성장
입력 : 2016-07-24 15:06:17 수정 : 2016-07-24 17:43:2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각 구단 서포터즈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참여 의식이 강한 팬의 연합체인 이들은 성적 부진부터 구단 안팎의 문제까지 의견을 제시하며 축구계의 한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다.
 
포항스틸러스의 최진철 감독은 지난 23일 홈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3-1로 이기며 1승을 거둔 것 이상의 홀가분함을 느꼈다. 이날 경기의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 포항 서포터즈와 특별 면담 시간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리그 7위까지 처진 포항의 성적에 큰 불만을 품고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다행히 포항이 이날 승리로 6위로 올라서면서 최진철 감독은 그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서포터즈를 대면할 수 있었다.
 
포항의 사례는 그나마 상호 약속된 훈훈한 자리다. 지난 2일 울산현대와 수원삼성의 경기가 열린 울산문수구장에서는 수원 서포터즈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구단 버스를 가로막았다. 수원 서포터즈는 1-2로 역전패한 선수단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수원의 부진한 성적과 더불어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진 모습에 대해 선수단과 감독의 해명을 요구했다. 결국 서정원 수원 감독이 직접 버스에서 내려 사과를 하고 나서야 사태가 일단락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5월22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과 광주FC의 경기에서도 인천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막아 김도훈 감독과 면담을 한 후에 돌아갔다. 다행히 인천은 다음 경기인 성남FC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서포터즈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때로는 규정상 구단이 직접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심판 판정에 대해서도 서포터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전북현대의 경기 이후에는 팬들이 심판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수원 팬들이 경기장 출입문 앞에서 김종혁 주심의 설명을 요구하며 안전요원과 대치했다. 심판진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수원 구단 관계자들은 경찰 지원까지 요청하며 2시간 넘게 진땀을 흘려야 했다. 서포터즈는 유독 김종혁 부심이 수원 경기를 맡을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 불만이 발생한다고 제시하며 심판진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포터즈가 항상 자기 구단의 이익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혐의가 불거졌을 때 전북 서포터즈 연합 MGB는 "구단은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철저한 내부 조사와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면서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더는 숨기거나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팬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프로축구 전체의 발전을 위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포터즈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더욱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축구계 한 문화의 축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국내 프로축구에는 1983년 출범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서포터즈 문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PC 통신의 활성화로 유럽 축구 문화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유공축구단(현 제주)을 지지하는 서포터즈가 최초로 결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시작으로 붉은 악마가 국가대표팀 서포터즈를 자청하면서 프로축구에도 서포터즈 문화가 번성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수원 삼성 서포터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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