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오는 9월부터 누구인지 알 수 없게 가공한 '비식별 정보'를 다른 회사나 타 업권의 정보와 서로 결합해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이 결합된 비식별 정보는 기업이 특정 연령대나 성별, 지역주민들이 선호하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같은 업권 뿐 아니라 이종 업권 간에도 정보 결합이 가능해져 빅데이터 활용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은 20일 오는 8월 중에 개인정보 활용 지원 전문기관으로 지정되면, 9월 부터 금융권 비식별 정보 결합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개인정보보호 위반 우려로 회사간 정보 교류나 결합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번 양 기관의 비식별 정보 결합 업무를 통해 다른 회사가 지닌 정보와 자체 보유한 정보의 결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빠르면 9월부터 다른 금융기관 및 회사들이 지닌 데이터를 받아서 결합해주는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며 "비식별 정보 관련 전문기관으로 내정된 이후 전산망 구성 등의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보안원은 "개별 회사가 알아서 데이터를 결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공공성을 띤 전문기관이 개입하는 것"이라며 "비식별 정보와 관련해 전문기관 운영지침과 평가단 운영 지침을 만들고 있는 중" 말했다.
지난 1일에 발간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이 비식별 정보를 결합해서 사용하려면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을 꼭 거쳐야 한다. 비식별 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은 지운 채 연령, 성별, 직업과 같은 항목만을 남겨둔 정보로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의 절차를 통과한 것을 지칭한다.
◇지난 5월1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SAS 포럼 코리아 2016' 참가자들이 빅데
이터 분석 솔루션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전검토-비식별조치-적정성 평가-사후관리로 이어지는 4단계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만 거치면 개인정보라도 식별이 불가능한 비식별 정보로 가공되니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리지 않고, 개인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다.
단, 타사 정보를 받아와서 자체 결합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개별 기업끼리 개인정보를 주고받게 되면 비식별 정보가 재식별(누군지 식별 가능) 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과 기업을 이어줄 중간 매개체가 필요했는데, 금융권에선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 두 곳이 선정됐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업 범주에 들어가는 회사라면 모두 이 두 기관을 통해 비식별 정보를 결합해야 한다.
가령, A 은행과 B 보험사는 상대가 지닌 정보를 가져와 빅데이터에 활용하려 한다. 이때 두 회사는 상호 합의를 통해 각기 지니고 있던 비식별 정보를 금융보안원에 넘기기만 하면 된다. 금융보안원이 받은 정보를 결합해 두 회사에 되돌려 준다. 내 정보와 상대 정보가 결합된 제3의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다른 업종 간 정보 결합도 가능하다. 은행과 통신사, 카드사와 유통업체 등 무궁무진한 조합이 나올 수 있다. 중계기관은 금융권, 유통업, 통신사 등 업권별로 다른데, 정보 제공량이 많은 쪽 회사가 속한 전문기관이 결합 업무를 맡게 된다. 금융권의 경우 금보원과 신용정보원이 전문기관으로 선정됐고, 나머지 업권은 아직 논의 과정에 있다.
정부는 이처럼 같은 업권간, 이종 업권간의 정보 융합이 활성화되면 빅데이터 구축이 용이해져 고객 집단의 트랜드 분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 이탈리아의 보험사들은 운행시간, 운전경로, 시간대 등 비식별화된 정보를 자동차 보험료 산정에 적용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수익성이 높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탈리아 모 보험사는 운전자가 이동한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해, 장거리 운전자와 단거리 운전자의 보험료에 차등을 뒀다"며 "이 방식은 소비자들의 큰 인기를 얻어서 보험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빅데이터 산업 분야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한편, 고급 데이터 분석가 등 IT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안전망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식별 정보 간의 결합으로 개인 정보 보호가 취약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 정보가 결합해 이용되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은우 정보인권연구소 이사(변호사)는 "정보 결합 과정에서 비식별 정보가 재식별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식별 정보 5개만 있어도 금세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한데, 그걸 정보 주체의 동의없이 기업 마음대로 쓸수 있게 해준 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U 정보 전문가들도 한국의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에 강력한 정보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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