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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 올림픽 D-17)③불안한 브라질, 지구촌 축제 명맥 이을 수 있나
지카 바이러스와 흔들리는 치안에 유명 선수들 불참 선언
계속되는 테러 위협 속에 "브라질은 엉망진창" 비판도 나와
2016-07-20 06:00:02 2016-07-20 06:00:02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리우 올리픽은 사상 첫 남미 대회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지카 바이러스와 테러 위협이라는 위험 요소도 동시에 갖고 있다. 올림픽의 환희를 단번에 집어삼킬지도 모를 불길함도 안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카 바이러스 창궐 때문에 리우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쏟아졌다.
 
이에 발끈한 브라질 정부 관계자들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과 피해가 과장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불안감은 더욱 증폭하고 있다. 일부 유명 선수들은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골프의 제이슨 데이(호주), 조던 스피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판 커리(이상 미국)도 리우행을 거절하며 '미국 드림팀'은 일찌감치 깨졌다. 올해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준우승자인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를 포함해 여자 프로테니스 세계 랭킹 5위인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와 과거 세계 랭킹 1위를 달렸던 빅토리야 아자란카(벨라루스) 역시 임신에 치명적인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 선수단 중에도 남자 골퍼 김경태가 "계획 중인 2세를 위해 올림픽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다.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는 신경계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렸을 때 감염된다는 것이 이전까지의 분석이었으나 최근에는 수혈과 성 접촉에 따른 감염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산부와 임신 계획 중인 이들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 여행을 자제하라고 밝힌 상태다.
 
뉴욕타임스의 바네사 바바라 칼럼니스트는 "리우는 엉망진창이다. 전 세계 유명 의사, 과학자, 생명윤리학자 150명이 지카 바이러스를 걱정해 올림픽 개최지를 바꾸거나 미루자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며 "리우올림픽의 최대 승자는 건설업체와 토지 소유주들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촌은 고급 주택가로 바뀔 것이다. 리우 올림픽은 재앙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카 바이러스가 선수 개인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면 '테러'는 대회 전체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다. 사실 브라질 당국이 가장 걱정하는 건 지카 바이러스보다도 테러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연합(UN)에서도 리우에 대한 테러를 우려하는 가운데 최근 이슬람 무장 조직인 IS가 리우올림픽 기간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5월까지 리우에서 발생한 강도·절도 사건만 4만8000여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이미 최악의 치안이라는 평가가 줄줄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쓴 현수막을 최근 리우 갈레앙 국제공항에 들고나와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리우에 오는 방문객 모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을 현수막으로 전달한 셈이다. 브라질 전 축구대표인 히바우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리우올림픽을 보려면 목숨을 걸고 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브라질 정부는 치안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회 기간에 경찰과 군인 8만5000명을 시내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배치된 군경 숫자의 두 배 이상이다. 여기에 브라질 공군은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리우 상공의 항공기 운항을 제한할 예정이다. 각국 정상과 정부 관계자들을 포함해 언론 보도나 긴급 의료를 위한 항공이 아닐 경우 모든 비행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또 2만2000명 이상의 군인이 리우를 감싸 테러를 방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에두아르도 파에스 리우 시장은 "올림픽 기간에 리우는 안전할 것"이라며 리우를 둘러싼 걱정을 불식시키기에 바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발생한 프랑스 니스 테러 이후 리우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직후 한 IS 대원이 "다음 테러는 브라질이 될 것"이라고 SNS에 쓰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 브라질 관광객이 5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과 이를 위협하는 테러 단체의 숨바꼭질이 시작된 셈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브라질 경찰이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대테러 보안 훈련 중 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금 체불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 중인 리우 경찰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갈레앙 공항에서 "경찰이 봉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리우는 안전하지 못하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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