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시된 20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에서는 경제 분야 현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추가경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야당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추경에 포함시킬 것을 강조했지만,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정부는 경제 성장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정부의 정책 실패보다 대외적 요건 악화를 원인으로 내세웠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환율정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율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제안한 ‘중국식 관리형 (변동)환율제도 도입’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또 ‘상법 개정안’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와 재벌의 정경유착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법무부가 2013년 7월 상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그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재계 총수의 의견을 청취한 뒤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상법 개정안 자체를 보류하는 것은 아니라며 부인했다. 주요 내용은 이사회의 감독기능 강화와 집중투표제 간접적 의무화, 전자투표제 일부 의무화 등이다.
아울러 정부는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세금 인상은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다른 조처가 선행된 후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다. 대신 비과세 감면의 정상화를 통해 세수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이에 대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고, 낮은 세율의 혜택이 대부분 대기업에 간다며 정부의 세금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추경, 누리과정 놓고 신경전...경제 저성장 “대외 요건 때문”
추가경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시키느냐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추경에 누리과정 예산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구조조정 등 경제회복과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누리과정 국고지원 예산 1조7000억원이 이번 추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은 요건이 주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것이라 누리과정을 넣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유 부총리는 특히 “누리과정 재원 조당 문제에 대해 2012년에 이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대로 충당하는 것으로 합의됐다”며 “특히 추경을 세입경정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가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이번 추경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둔 '민생 추경'이 돼야 한다며 “10조원이면 월급 2000만원짜리 일자리를 40만개 만들 수 있다. 군인과 소방, 경찰, 교사, 사회복지사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과 관련해 유 부총리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영향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저상장이 계속되고 저상장이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경제 규모가 13위에서 11위로 오른 것만 봐도 실패라고 보기 어렵다”며 “성장률이 높지 않지만 경제정책 실패보다는 직접적인 원인은 세계경제가 안 좋았다는데 있다”고 답했다.
황교완 국무총리도 “국제 경기가 어렵고, 우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재 원가의 적정성 유지가 필요한데, 저유가로 인해 기본적인 경제 기반이 잠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유 의원은 “자꾸 대외경제 탓하고, 선진국이 되면 성장률이 하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주장이고 책임 회피”라며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실패가 무엇인지 찾아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질책했다.
◇브렉시트가 촉발한 환율전쟁 대책은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시장의 혼란이 안정세로 접어든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브렉시트가 갖는 국제 무역환경의 의미에 집중하며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브렉시트의 요체는 신고립주의에 의한 관세장벽과 환율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보호무역주의의 대두와 각국의 환율정책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안전 자산인 달러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 수출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중국과 같이 관리형 (변동)환율제도 쪽으로 가보는 것도 우리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브렉시트 이후 덴마크와 스위스 등 각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환율시장 진정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고 아시아 국가 중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는 점, 수출 산업 경쟁력을 위한 고환율 정책의 필요성 등을 지적하며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황 총리는 이에 “그런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어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토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이었지만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의 국무총리가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즉각 제기됐다.
이는 유 부총리가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내놓은 '모범답안'과도 차이가 있었다. 유 부총리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에 개입하지 않고 있고, 이른바 급격한 환율의 변동이 있을 때 미세조정이 있을지언정 시장에 개입하면 국제적으로 보복당하거나 역풍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은 “정부는 지난 8년 동안 수출을 위해 적극적인 환율방어 정책을 펼쳤다. 고환율정책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증가할 것처럼 여겨졌지만 현실에서는 수출이 오히려 감소했고, 주요 원자재와 각종 시설재의 수입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물가를 상승시켜 소비를 위축시켰다. 기업의 경영수지를 악화시켜 고용과 투자를 줄여 내수를 위축시켰다”며 정부의 환율정책 방향을 비판했다.
유 부총리는 “(당시에) 최선의 정책 조합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이고 내수 문제가 환율정책의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공약 달성 평가 '극과극'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공약의 이행 여부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역시 극과극이었다.
더민주 김진표 의원은 '정부가 낙수효과에 기댄 대기업 위주의 정책만 펴왔다'고 주장하며 유 부총리에게 "가계소득 증가가 소비를 증가시키고, 소비는 투자로, 투자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소득주도 성장이 정답이다. 대통령에게 경제운용 패러다임을 전환과 경제민주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유 부총리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것은 계속 추진 중이다. 20대 법안이 있었는데 13개가 (국회를) 통과하는 성과도 있었다"며 "그것으로 경제민주화가 달성됐으니 끝내자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민주화만이 경제운용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더민주 이언주 의원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목록을 보이며 "대기업집단 지배시스템 개선을 상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지만 2013년 7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뒤 중단됐다. (그해) 8월 재계 총수와의 오찬이 중단 이유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유 부총리는 "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 때문에 상법 개정안 자체를 중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부분이 있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후 진전이 되지 않으면서 재벌과의 정경유착으로 인한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라고 국민들이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유 부총리는 "공약 파기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고 이 법안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아직 의견 수렴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민주는 이날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대표발의자로 하고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사외이사 후보추전위원회 배제 ▲집중·전자투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재벌을 비판한다든지, 법인세 인상을 (논의한다는지) 한다는 것은 포괄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고 경제 구조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소득 불평등과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돼 있는 고용 양극화도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 "법인세 인상은 마지막 수단"
법인세 인상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야당은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법인세 인하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가 반감된다는 주장이다. 법인세율 인하와 지속적인 조세지원 정책에도 재벌 대기업의 사내유보금만 증가시켰을 뿐 투자와 고용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민주 김진표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간 정부가 조세, 금융, 환율정책 등을 총동원해 대기업 지원을 통한 투자 촉진 정책을 펴왔는데 기대한 만큼 낙수효과가 있었느냐”며 “성장 과실을 사회 전체가 골고루 나눠야만 지속적 고용 창출과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이날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8%를 유지하다 22%까지 떨어진 법인세를 원상태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 투자 부진의 원인이 세계경제 침체에 있으며 법인세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다고 주장하며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황 총리는 “국민에 부담을 주는 세금 인상은 마지막 수단이며, 다른 조처를 모두 한 후에 할 일”이라며 “세금 인상보다 비과세 감면의 정상화를 통해 세수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이언주 의원은 법인세 실효세율을 최대한 명목세율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국회 예산정책처도 법인세 실효세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유 부총리는 “절대적인 금액은 당연히 대기업이 많은데, 이는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많이 법인세를 부담하기 때문”이라며 “실효세율은 대기업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데도 불구하고 세수진도율은 계속 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이날 “올해 1~4월 세금이 지난해와 같은 기간과 대비해 약 18조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며 “경제가 어려워 다들 힘들다는데도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둬들인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황 총리는 “국세청이나 정부가 받지 않아야 할 돈을 받아서 더 들어온 게 아니고, 주로 2015년도 법인 영업실적 향상에 따라 세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한고은·박주용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