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브렉시트로 한국 교역·투자 악영향 불가피"
신용대 건국대 석좌교수 "계층·지역·세대 간 갈등 관리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016-07-04 15:04:57 2016-07-04 15:04:57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으로 세계경제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세계 각국이 앞으로 전개될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6월28~29일 브뤼셀에서는 EU 정상회의가 열려 영국의 퇴출에 관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대책 없이 영국은 9월 신임 총리 선정 이후 탈퇴 선언을 주장한 반면 EU 정상들은 조속한 탈퇴 스케줄 제출을 요구하는 양상이다. 결국 영국발 세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제거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왜 영국은 국민투표를 했나?
 
우선 왜 영국이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것인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앞으로의 대응방안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이렇다. 현재 집권당인 보수당의 유럽회의주의자 세력을 회유하고, 동시에 야당인 노동당에 못 미치는 보수당의 지지율을 회복하는 한편 EU 가입 조건의 재협상(영국민의 EU 잔류 지지를 높이기 위해 EU에 위임한 권한의 일부반환 요구 등 가입조건의 재검토) 등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정치적 목적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정작 국민투표를 내건 캐머런 총리 자신은 EU로부터의 이탈을 강하게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2015년 5월 총선에서 캐머런의 보수당이 단독 과반수를 획득함에 따라 그동안 공약으로 내건 ‘EU 가입 계속’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당초 2017년 말까지로 한정한 국민투표의 실시시기도 2016년 6월로 앞당겨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EU 주요국의 총선거가 2017년에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시된 국민투표는 일반적인 전망과는 달리 ‘탈퇴 선택’으로 결말이 났다. 등록유권자 4650만 명의 72.2%인 3357만명이 투표에 참여해 탈퇴 51.9%, 잔류 48.1%로 3.8%포인트 차이인 126만 표차로 탈퇴가 결정된 것이다. 투표성향을 보면 고령자, 중부 잉글랜드, 저소득층, 상대적으로 국제경험이 적은 계층은 탈퇴를 지지했다. 반면 젊은 층, 런던 및 스코틀랜드, 소득이 높고 국제경험이 많은 계층은 잔류를 지지하여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노정됐다.
 
영국의 선택은 무엇 때문인가? 선거 과정에서 잔류파는 경제적 이득 유지를 설득의 주요 논점으로 삼아 온 반면 탈퇴파는 영국의 EU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감성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주로 국경을 회복하고 주권을 다시 찾아 이민자 노동자들의 통제를 강화한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호소에 집중했다. 그 결과 영국 유권자들은 이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차지한다는 문제에서 촉발된 이번 EU 탈퇴 국민투표는 분명한 경제적 이득의 상실을 주장하는 합리적 논리보다는 주권의 확립, 국경 통제의 환원 등 주로 감성적인 정치적 주장에 밀려 예상을 깬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 영국 스스로도 상당한 충격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정치적 측면을 보면 캐머런 총리는 10월 후임 총리 선임 이후 사임 등 정치적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기업의 투자지연 등 영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파운드화의 폭락, 향후 EU와의 협상 과정의 결과에 따라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탈퇴 과정에서 영국이 요구하는 내용이 구체화되기까지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영국이 유럽의 금융중심지 역할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영국경제에서 8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핵심이 금융산업인데 유럽 단일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금융 여권이 영국의 EU 탈퇴로 소멸될 위기여서 스위스 등 역외국가 금융기업들이 런던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우려도 크다.
 
참고로 영국의 금융중심지인 런던 ‘더 씨티’는 외국인 보유자산 7조6000억달러, EU 금리파생상품거래 74%, EU 펀드자산 50%, EU 금융산업 고용의 15%, EU 사모펀드투자금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 금융센터 선호지역으로 미국의 뉴욕을 앞선 1위로 나타나고 있다.
 
◇ 연방 결속력에도 치명적인 충격
 
경제적 파장뿐만 아니라 영국은 이번 EU 탈퇴 결정으로 결속력이 약화되어 스코틀랜드의 탈퇴를 필두로 영연방의 해체까지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2년 전 영연방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던 스코틀랜드는 이번 결정을 기회로 다시 국민투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리더 스터전 스코틀랜드 제1장관은 독립 여부를 묻는 질문에 두 번째 국민투표를 시도할 것이라는 언급은 회피하면서도 “스코틀랜드가 같이하고자 했던 영국(UK)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독립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EU 잔류 가능성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EU 기구 및 다른 회원국들과 스코틀랜드의 EU 잔류를 기정사실로 한 EU 내 지위에 관련한 협상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촉구하는 등 영국에서 탈퇴해 EU에 잔류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 탈퇴 절차는
 
리스본조약 제50조의 탈퇴 절차에 따라 2년 시한으로 협상하게 되는데 영국이 먼저 탈퇴 의사를 EU에 전달함으로써 그 절차가 시작된다. 그러나 영국은 9월 신임 총리가 이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EU는 28일 EU 정상회의를 통해 영국이 조속한 탈퇴 절차 진행을 위한 스케줄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탈퇴 절차가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탈퇴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될지도 의문이다. 영국은 질서 있는 탈퇴를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징벌적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즉 탈퇴 과정에서 영국의 '과실만 따먹기'는 차단하겠다는 것이 프랑스 등의 입장이다. EU 정상들은 영국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명확히 하고, 탈퇴 절차를 시작하기를 주장하나 영국은 건설적인 이혼을 주장하며 EU 탈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후임 총리가 잔류파에서 선출되는 경우 2주 이내에, 탈퇴파에서 선출되는 경우에는 다음날 EU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여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역시 영국이 단일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EU의 사람, 자본, 상품 및 서비스의 4대 자유이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역내 단일시장접근을 위해서 영국은 이민을 포함한 4대 자유화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 탈퇴도미노 우려에 EU 위상은 약화되나
 
영국의 탈퇴가 실현될 경우 EU의 타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칫 EU의 결속력 약화와 반EU 세력의 대두로 EU 탈퇴도미노 현상까지 우려된다. 그렇게 될 경우 EU의 구심력 저하→탈퇴 원하는 회원국 추가→유로화 신뢰도 추락→유로존 위기 재연으로 나타날 공산도 크다.
 
최근 EU 역내에서 확산되는 반(反)EU, 반이민 및 반긴축 기류가 영국의 탈퇴를 계기로 뒤따르는 국가가 나타나는 도미노 현상의 위험성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EU의 테두리 안에서와 단일시장에서 얻고 있는 혜택도 크기 때문에 영국의 탈퇴가 곧바로 EU 회원국들의 연속된 탈퇴를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EU의 정책의 근간인 공동농업정책(CAP)의 최대 수혜자이며, 네덜란드는 EU의 물류 집산지로서의 역할을 통해 역내단일시장에서 많은 혜택을 누린다. 헝가리와 체코,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EU 재정운용의 순수혜자이기 때문에 바로 탈퇴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동안 영국이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비대해진 독일의 입지를 프랑스와 함께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해 왔는데, 영국이 탈퇴하면 프랑스의 발언권이 축소되고 독일의 장악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독일 주도의 재정 긴축, 난민 수용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탈리아 등 남부유럽 회원국들과 동유럽의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반EU의 정서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경제적 외교적 위상 저하도 불가피하다. EU 전체의 GDP(2015년 PPP 기준 추산)는 약 19조2000억 달러로, 미국(약 17조9000억 달러)을 제치고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약 2조7000억 달러)이 EU를 이탈하게 되면 미국에 2위 자리를 내주게 됨과 동시에 현재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약 19조4000억 달러)과는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 국제금융시장 파장이 가장 관심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비롯된 국제 금융위기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나 최근의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에 필적할 만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요동과는 그 배경부터가 다르다. 당시의 국제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의 거품 제거나 재정위기 등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으나 이번 브렉시트 위기는 영국이 EU 잔류에 따른 경제적 이득의 유지라는 논리보다 주권 및 국가주의 등 정치논리가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에 따라서 실제로 각국의 주식시장은 연일 추락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 및 시장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차 확산됨에 따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으로부터의 유동성 유출을 충당하는 데 필요한 만큼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선제적으로 공언하는 등 빠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각 주요국 시장에서의 주가 하락은 글로벌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증거이고, 이미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EU 탈퇴 결정으로 영국 경제가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일본·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뿐만 아니라 세계경기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일본 엔화의 초강세로 인해 일본을 최대의 피해국으로 만들었고, 아베 내각 및 일본은행의 과거 3년 반에 걸친 경제회복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형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판단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과거 경험에서 위기에 안전했던 엔화에 대거 몰려들고 있어 엔화 가치가 급등해 수출 기업들의 수지 악화 예상 등으로 인해 경기 회복에 역풍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 달러화 및 일본 엔화를 제외한 거의 모든 통화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위안화 약세의 진행으로 미 달러화와의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되면 중국으로부터 자본유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위안화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많은 시장 거래자들은 중국인민은행이 대미 달러화 환율이 6.7위안 수준을 넘어서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세계화 후퇴를 알리는 신호탄
 
세계 경제·사회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경제가 얼어붙었고 무역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실패로 끝난 2008년경부터 이미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이미 유럽 여러 나라들의 국가 채무 파탄 사태로 EU의 최대 성과라고 할 만한 유로화 체제는 거의 붕괴 직전에 달해 있다.
 
지난주는 2차 대전 후 처음으로 선진국인 영국이 자유무역 지역으로부터 탈퇴할 것을 선언한 첫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세계적 차원의 정치적·경제적 컨센서스는 후퇴를 가속하기 시작할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프랑스, 네덜란드 등 각국의 극우주의자들로 하여금 자기 나라의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까지 가세해 세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 결과는 세계화로부터 이득을 크게 보지 못한 교육을 덜 받은 계층, 연령이 많은 세대에게는 경제적 파탄 논리의 한계를 보여준 셈이다. 또 기업인이나 투자자들에게는 이후에 다가올 모든 선거에서는 사람, 자본, 상품, 서비스의 자유 이동을 더욱 저해하는 국가주의적 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즉, 모든 정치활동에서 경제적 이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소외되면 될수록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경제적 논리보다는 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적 논리가 더욱 힘을 발휘하는 형국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지난 주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은 결국 사라질 것이지만 재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한국은 금융시장 불안이 가장 큰 걱정
 
영국의 EU 탈퇴가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제 금융시장, 교역부문, 투자 부문에서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다. 우선 ①단기적으로 세계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국제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고, 파운드화 및 유로화의 약세가 원화의 동반 약세 및 외국자본 유출 등의 현상이 우려된다. 다음으로 ②중기적으로 영국과의 교역에서 관세체계와 세관행정의 부재로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한-영, 한-EU 간 무역관계가 위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③불확실성의 증가로 유럽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상실될 수 있으며, 기존 대 영국 투자가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등 다른 EU 회원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고 ④우리나라와 같은 제3국의 경우 영국을 EU 시장 진입의 관문으로 여겨 영국 투자를 결정해왔기 때문에 영국의 EU 탈퇴 영향으로 영국 진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보면 충격은 곧 회복되고 영국 및 EU를 제외한 세계경제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다만 향후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FTA를 포함한 영국 및 EU와의 경제관계를 광범위하게 재정립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영국의 EU 탈퇴 결정의 밑바닥 정서는 이민자의 급증에 따른 일자리 문제, 치안 등 사회불안 등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 계층, 지역 및 세대간 갈등과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여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필자 신용대 건국대 석좌교수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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