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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건설 회사채 시장, 진입 장벽 낮춰도 '글쎄'
금융위, QIB 완화…"분위기 반등됐으면"
여전한 리스크에 보수적인 투자자들
2016-06-26 11:00:00 2016-06-26 11:00:00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금융당국이 회사채 발행시 각종 의무를 면제해주는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 참여 문턱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회사채 시장의 보수적인 시각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치 않았던 건설업계에 단비가 돼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잠재적 리스크로 투자자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존재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 후속조치 등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 개정을 통해 중견·중소기업들이 사모시장에서 지금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빨리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QIB제도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사모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2012년 도입됐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검증된 전문투자자인 QIB로 지정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이 회사채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하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해 발행시간을 단축해주고, 발행 후 전매제한 의무도 면제해 주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QIB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과 투자자를 대폭 확대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사모시장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공모 회사채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종전 자산규모 5000억원 미만 기업만 참여 가능했던 한도를 2조원 미만 기업까지로 확대했고, 그동안 QIB를 활용하지 못했던 금융회사, 공기업, 상장법인 등에 대한 진입도 완화시켰다.
 
특히 이 제도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은 발행비용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신용평가사 두 곳으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아야하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면 한 곳에서만 받아도 돼 평가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또 공모시장과 달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발행기간을 공모에 비해 1주일가량 줄일 수도 있다.
 
이밖에 회사채 발행금리도 공모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나 수요 기반이 거의 일치해 공모사채와 비슷하고, 은행대출(사모사채)보다 낮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기업 구조조정과 연관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건설업을 취약업종으로 분류하자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감소를 위해 대출을 축소하고 나섰으며, 건설사들이 이에 회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던 대우건설(047040), GS건설(006360), 대림산업(000210) 등은 모두 자체 보유현금을 활용하거나 회사채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모채,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 메자닌으로 조달, 상환했다.
 
특히 신용등급 'BB+'인 두산건설(011160)의 경우 BW로 1500억원을 조달했는데, 'B-'인 코스닥시업 에프티이앤이(065160)(FTEnE)가 비슷한 시기에 발행한 BW보다 2%p나 높은 연 6%의 보장수익률로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건설업이 취약업종으로 분류되다보니 더 비싼 금리로 돈일 빌리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적잖은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다 CP나 BW 등 메자닌의 경우 지분희석 우려 때문에 발행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차환 발행이 막힌 건설사들이 메자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분희석 우려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금융투자시장에서 여전히 건설 회사채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어디든 발행에 성공해 분위기를 반등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같은 호재에도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일단 해외부문 손실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위험도가 높은 준공 임박 현장이나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현장 등의 미청구공사 잔액이 2조9000억원에 달한다. 또 국내 주택 부문에서의 미분양 물량도 4월 말 기준 5만38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과거 회사채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건설사 공모채 시장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건설업종의 경우 특정 한 곳이 아닌 업황 전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실적과는 무관하게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034950) 조사 결과 올 하반기 주요 건설사 11곳의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87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하반기(1조4005억원)에 비해 37%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위원회가 회사채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한 리스크에 반응이 냉담하기만하다. 사진은 국내 대형건설사가 준공한 호주의 한 유연탄 플랜트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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