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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해외도…' 안팎으로 버거운 건설업계, 2분기도 잿빛?
국내 주택, 미분양 우려 급증…자금조달마저 난항
해외건설, 발주량 감소에 공사대금 수금 지연까지
2016-06-22 16:50:11 2016-06-22 16:50:11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2014년 가을부터 시작된 분양시장의 유례없는 호황으로 올 1분기까지 건설사들의 실적도 소폭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과잉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우려와 여전히 냉담한 금융권의 시각에 2분기 실적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여기에 해외시장의 잠재적 리스크까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27만가구로, 2012년(19만가구)보다 40% 이상 늘어났다. 내년에는 약 36만가구, 2018년에는 약 33만가구가 예정됐다.
 
이선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분양시장 호황은 건설사의 실적과 연결된다. 작년 분양물량은 지난 10년 평균의 3.5배 규모로, 유례없는 수준의 호황"이라며 "작년 분양물량 만으로 이미 건설사들은 2017년까지의 실적이 확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청약제도 개편과 저금리 기조 지속 등으로 청약시장 활성화가 이뤄졌지만, 분위기 과열로 미분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모두 59만~63만가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77만가구)의 78% 수준이지만, 예상치보다는 여전히 많다. 특히나 지방의 경우 1~4월 인허가 물량이 작년에 비해 45%에 급증하면서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여건도 여전히 녹록치 않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올 들어 건설채 발행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고, 금융권의 높아진 대출 문턱에 금융비용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건설사 가운데 올 상반기 동안 단 한 곳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실제로 롯데건설, 대우건설(047040), 한화건설 등이 올 들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지만, 모두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발행 여건이 녹록치 않아 기업어음(CP)이나 사모채를 발행해 급한 불을 껐다. CP의 경우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회사채보다 많기가 짧아 1년 뒤 다시 자금조달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모채는 금리가 높아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대출문턱도 높기만 하다. 실제 종합건설업의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기준 27조7000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3.6% 줄어들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그나마 연 4~6% 금리로 신용대출이 가능하지만, 중견 이하 건설업체는 2금융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그룹을 낀 대형사가 아닌 이상 예전보다 차입금 마련이 쉽지 않다"며 "정부 규제가 작용하는 집단대출도 아니고, 기업 운영을 위한 단순한 차입에도 대출심사가 더 깐깐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보증의 경우 금리인하 효과가 전혀 없다. 원칙상 PF대출은 변동금리를 적용하지만, 실제 PF대출 보증채무와 관련해서는 금리인하 영향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 전언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아쉬운 건 건설사지, 금융권이 아니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PF대출 부실 위험을 최소화해야하는데, 정작 대출 수요가 여전하다. 굳이 금리를 낮춰가면서까지 공급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해외수주도 말썽이다. 계속되는 저유가로 발주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계약이 이뤄진 사업이 백지화되거나 공사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서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다.
 
2014년 현대건설(000720) 등 국내 4개 건설사 합작회사(조인트벤처)가 수주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경우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60억달러)로 업계 이목을 끌었으나, 이라크 정부의 예산 적자로 공사대금 지급에 차질을 빚자 지난 4월 공사를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도 해외수주에 나서는 것이 조심스럽다. 국내건설사들의 해외수주금액은 145억달러로, 작년보다 41% 줄어들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2분기 국제유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해외수주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사업이 현지 사정에 따라 백지화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지만, 지금처럼 업황이 악화된 경우에는 건설사들의 실적에도 큰 타격을 안기는 만큼 어느 때보다 체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 2분기 실적에 여전히 비관적 요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상수도공사 현장. 사진/뉴스1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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