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 프로젝트 제값 받기 몸부림
미청구공사 규모 큰 곳 대상 공사비 재조정 잇따라
올해 적용된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도 한 몫
입력 : 2016-06-21 15:16:26 수정 : 2016-06-21 15:16:2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프로젝트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발주처의 재정상황 악화로 공사기간이 연장되면서 저가로 수주했던 프로젝트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1분기부터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으로 주요 사업장의 미청구공사액과 공사 진행률 등이 공개되면서 저가수주 사업장에 대한 부담도 더욱 커졌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16일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루사일 고속도로 프로젝트 공사비를 기존 1조4343억원에서 1조4889억원으로 변경했다고 정정공시를 냈다. 기존에 비해 3.8%, 금액으로는 546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달 4월1일에는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공사비를 247억원 가량 상향조정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총 5건의 금액조정을 실시해 1300억원의 공사비를 더 받게 됐다.
 
대우건설(047040)은 모로코 사피 민자발전사업 프로젝트를 비롯해 총 3건의 공사비 조정을 통해 377억원의 공사비를 인상했다. 이외에 GS건설(006360)은 2건 조정을 통해 공사비를 228억원 상향조정했다.
 
주요 산유국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대금지급이 미뤄지자 조정을 통해 공사비를 상향조정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 현장. 사진/현대건설
 
건설사들이 공사비 조정을 단행한 사업장들은 대부분 미청구공사 규모가 큰 곳들이다. 현대건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의 경우 1분기 말 기준 1411억원, 베네수엘라 정유공장은 2233억원의 대금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을 포함해 국내 상위 5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대금은 8조8000여억원에 이른다.
 
저유가 장기화로 중동을 비롯해 주요 산유국가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자금사정이 악화된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발주처에 슬로우 다운(공사진행 지연)을 통보하거나 대금을 받은 만큼만 공사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공사가 지연될 경우 현지로 옮겨놓은 장비와 인력에 대한 비용이 소요돼 건설사로서도 우려가 크다.
 
대형사 관계자는 "장기간 공사가 지연될 경우 현지에 있는 인력은 쉽게 철수시킬 수 있지만 중장비 등은 운송료 부담으로 인해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단 사업장 인근 다른 공사장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장비를 다른 현장으로 돌리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각 건설사의 매출 5% 이상을 차지하는 개별사업장의 미청구공사액과 공사 진행률, 충당금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된 점도 해외 공사비 조정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해외 사업장에 대한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은행과 신용평가사 등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각 사업장의 수익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건설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손실이 컸던 해외 사업장에 대한 사전 점검의 일환으로 공사비 재조정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대상 기준으로 삼는 영업이익률, 미청구공사 규모 등 수익성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주택사업에서 돈을 벌어 해외사업 손실을 메꾸는데 다 썼다는 말이 돌 정도로 해외 사업분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제값 받기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일부 건설사에서는 손실이 큰 사업장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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