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조선·해운업 구조조정안, 차기 정부로 폭탄 돌리기"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근본적 한계…국회 청문회로 감시체계 만들어야
2016-06-20 13:00:00 2016-06-20 13:00:00
조선·해운산업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초미의 관심이다.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정부는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산업경쟁력을 되찾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대책이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우려는 많은 편이다. 누가 책임지고, 무엇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건지 청사진 자체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이 잘못돼 있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성공 가능한지 전문가들이 대담을 나눴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장)의 진행으로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편집자]
 
김광두 :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믿을 수 있는지, 성공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평가해 보자.
 
김동원 : 시장에서는 두 가지의 비판이 나왔다. 원칙만 제시했을 뿐 방향이 없다는 것이 첫째이고, 구체적인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비판이 두 번째다. 정부는 그런 의견을 반영해 지난 6월8일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컨트롤 타워를 제도적으로 만들었다. 대통령 훈령으로 2년 한시적인 공식 회의체인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 타워로 제도화했다. 두 번째는 조선·해운업의 부실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고 12조원까지 자본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로 조선 3사는 약10조원의 자구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박상인 : 정부안은 기본적으로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 감시·감독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사실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3년 반 전에 STX 해양조선의 경우도 낙관적인 전망을 근거로 4조5000억원 정도를 투입했었다. 그런데 결국 올 5월에 법정관리로 가게 됐다. 이번에 나온 안 역시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한 것이고,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큰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광두 : 정부가 컨트롤 타워는 일단 만들었는데, 그에 대해 평가한다면?
 
김동원 : 과거에는 이런 결정을 했던 곳이 소위 청와대 서별관 회의였다. 서별관 회의는 공식적인 제도적인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기록도 없고 투명성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경제부총리가 위원장을 하는 기구로 격상되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런 관계장관회의라는 것이 결국은 누구도 분명하게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박상인 : 컨트롤 타워의 투명한 의사결정은 기업 구조조정 계획 발표 이전에 이루어졌어야 한다. 구조조정 계획 내용이 다 결정되고 나서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
 
김광두 : 계획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동원 : 지금 내놓은 자구노력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지도 의문이다. 모두 10조의 자구 계획안 중에서 5조5000억이 자산매각이다.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5조5000억을 팔아 현금을 만들 수 있냐는 것이 큰 의문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은 수주 전망이다. 지금이라도 수주를 많이 받아 잘 돌아가면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자구 계획안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3년 동안 85%를 하겠다. 삼성중공업은 50%를 하겠다. 대우조선해양은 66%를 하겠다’는 전제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과연 이런 수주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김광두 : 계획대로 안 되면 폭탄이 커진 상태에서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김동원 : 그렇다. 작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 STX에 추가로 4500억을 넣으면서 STX는 금년 말까지 아무 문제가 없고 2017년이 되면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최소한 올해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STX는 법정관리로 갔고,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자구계획을 내놓게 됐다.
 
박상인 :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국책은행을 동원한 구조조정이 문제다. 시장의 기능을 구조조정 과정에서 십분 활용하는 것만이 가장 합리적인 예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그런 과정을 전부 무시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이 책임지고 있는 동안 문제가 불거지지 않게 하겠다는 유인이 크다. 해결할 수 있는 방안보다는 현 정부 임기 내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방안으로 미봉하려는 유인이 크다. 지금이라도 이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방식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됐다.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거치든 국정조사를 거치든 분명히 짚고 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김광두 : 청문회도 좋은 수단이긴 하지만 국회나 야당에 그런 전문적 인력이 있나?
 
박상인 : 청문회에서 전문가 증언 같은 것을 하게 되면 최소한 국민들도 이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인지, 관료들의 자기 이익에 의한 의사결정인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인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인지, 미봉을 위한 의사결정인지 정보를 알 수 있다.
 
김광두 : 과거에 청문회 경험을 보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의 정치적 공세만으로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많다.
 
김동원 : 한편으로는 정부를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지금 조선 빅3가 가지고 있는 대출 규모가 55조다. 대우조선해양이 22조8000억, 현대중공업이 17조4000억, 삼성중공업이 14조4000억 해서 총 55조이고, 기타 조선사 10조까지 해서 지금 조선 산업에 65조가 들어가 있다. 지금은 한국은행에서 발권력으로 10조를 내서 하겠다는 것인데, 그보다 훨씬 더 큰돈이 들어가야 될 것으로 예산된다. 현 정부에는 굉장히 큰 부담이다.
 
김광두 :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박상인 : 지금 하겠다는 방식은 국회 동의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은행법에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원 : 중앙은행이 IBK 기업은행에 10조를 대출하고, 그 IBK 은행이 자산관리공사가 설립한 SPC에다 다시 대출하는 방식이다.
 
김광두 : 편법 아닌가?
 
박상인 : 그렇다. 또 한국은행법을 보면, 그런 경우에 제3자가 보증을 서야 해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는 형식까지 하는데, 사실 신용보증이 11조를 보증할 능력이 없다. 이것은 편법이고 불법의 여지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청문회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광두 : 결국 구조조정에 필요한 돈은 국민의 부담이기 때문에 국민이 다 이해할 수 있고 바람직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번 방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인가?
 
김동원 : 구조조정 안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핵심 중 하나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요구를 하는지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국민의 이해를 구한 적이 없다. 항상 국회하고만 이야기를 해왔다.
 
김광두 : 구조조정을 하자는 이유는 산업 자체의 활력을 찾자는 것이다. 산업계의 활력을 찾는 다른 하나의 좋은 수단은 새로운 스타트업을 활성화시키고, 소위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새로운 흐름을 타는 것이다. 이번에 투입하기로 한 12조원을 스타트업을 하는 기업들에게 주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나?
 
김동원 : 10조로는 스타트업 기업에 1억원씩 10만개를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10만개 중에 10%만 성공해도 1만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국가의 자원배분 면에서 전략적인 고려를 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산업은행 등의 부실기업 관리구조 문제다. 지난 3월 말 현재로 산업은행이 투자한 회사가 143개 업체인데 이중 60%가 손실을 내고 있다. 이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돈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김광두 : 지금까지의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는 어떻게 하나?
 
박상인 :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부담을 감당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의 동의와 국회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투입하고 나중에 나타나는 자본 손실에 대해 정부가 보완해주는 식의 그런 구조조정을 했다. 채권은행이 그런 식으로 손실을 보완 받으니, 주주들을 잘 감시하고 효과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엉뚱한 짓을 못하도록 감시할 유인이 없어지는 것이다. 채권은행들이 책임지고 청산 절차로 갈 것인지, 회생 절차로 갈 것인지 자율 협약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김광두 : 그것이 선진국 스타일의 선제적 구조조정 개념인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새로운 산업에 들어갈 돈을 새롭게 생성될 산업 쪽으로 돌려주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박상인 : 산업이 흥하고 망하는 것은 일종의 생체적인 리듬과 같다. 이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이라든지 실업대책, 지역경제 안정화 대책 같은 데에 돈을 투입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그동안 국책은행이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이 재벌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책은행이라는 것이 존재할 이론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역사적 소임을 다한 은행들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광두 : 우리 정치권이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박상인 :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요구해야 한다. 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문제와 구조조정의 문제는 별개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동원 : 정책금융기관이라고 하는 기구가 집권한 정부의 전리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없애버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금융감독기구는 뭘 했느냐는 점이다. 정책 금융에 관해서는 금융 감독이 죽은 것이다. 그래서 금융 감독 제도를 어떻게 바로 세우느냐의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김광두 : 선진국형 구조조정은 채권자와 채무자 둘이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잘못된 대출을 해줘도 그 책임은 은행이 지는 게 아니고 국민이 지고 있다. 이것이 선진국형으로 가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조선·해운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김동원 : 우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좀비기업이 대략 2500개에서 3000개 사이인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다. 특히 30대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 중에 3분의 1이 부실기업이라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구조조정 계획은 미봉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서 우리 경제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건강성을 회복하겠다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이 문제가 가계부채 문제로 옮아갈 우려도 있다.
 
박상인 : 이런 식으로 간다면 다음 정권에서 경제위기가 올 것 같다. 부채 중에 가장 휘발성이 강한 것은 역시 기업부채다. 자칫 잘못하면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또 재벌이라는 집단구조를 갖고 있어서 재벌들이 집단으로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정부는 그냥 이번 정권 끝날 때까지만 무탈하게만 가자는 것 같다.
 
김광두 : 시장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도덕적 해이가 없어야 하고, 경기 규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정부 나름대로 고심해서 계획을 만들었고 컨트롤 타워를 만들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만족스럽지 못하고,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돌리려는 그러한 느낌을 준다. 그런 느낌이 틀리기를 바라고, 꼭 성공해주기를 기대한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한 전문가 대담의 한 장면이다. 왼쪽부터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장),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진/국가미래연구원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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