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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이중 갑질'에 입점업체들 피눈물
수수료 인상에 일방적 매장 축소…인테리어 비용도 모두 전가
2016-06-15 06:00:00 2016-06-15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 홈플러스 수도권 점포에 입점한 패션·뷰티 브랜드 매장의 점주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올 초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홈플러스가 올해 6월로 예정된 임대 재계약을 앞두고 수수료율 1%p 인상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단 한차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려온 ‘통보’였다. 전체 매출 중 25% 가량을 홈플러스에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는 이 매장은 남은 75%를 브랜드 본사로 보내 그 중 일부를 수익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A씨에게 1%p 인상은 큰 타격이다. 실제 브랜드 본사에서 지급받는 수익 중 각종 세금과 경비, 인건비 등을 제하면 실제로 A씨가 받는 수익은 매출의 5~10% 수준에 불과하다. 
 
홈플러스는 1%p를 올렸지만 A씨 입장에서는 자신의 수익의 10~20% 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브랜드 본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본사 측도 난감한 입장이다. A씨 매장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에 입점된 모든 매장이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임점업체 수수료는 높이고, 매장의 면적을 줄일 것을 강요해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슬로건을 무색케 하는 ‘갑질’로 협력업체의 목을 죄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수도권의 한 점포에 입점된 패션·뷰티 매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리뉴얼 발침을 통보했다.
 
기존 동종업계 브랜드 3곳이 같은 넓이로 나란히 영업 중인 이 점포의 임대매장에 인테리어 리뉴얼과 동시에 매장 면적 축소를 요구한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다른 매장 1곳을 추가할 예정이니 매장면적을 축소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측은 최근 이 점포의 리뉴얼을 위한 실측까지 완료했다. 4000만원 가량의 인테리어 공사비용은 모두 입점업체 몫이다. 또 인테리어 공사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일요일 하루만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이 매장의 점주들은 이번 리뉴얼로 인해 최소한 매출의 20%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수수료율 인상까지 포함하면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 점포 외에도 전국 다수의 홈플러스 매장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해당 매장의 브랜드 본사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인상된 수수료율과 인테리어 비용을 무작정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브랜드 관계자는 “브랜드 본사에서 일정부분 분담해주지 않으면 가맹점주는 수익의 10~20% 가량을 잃게 된다”며 “본사가 수수료 인상분을 분담하고 싶지만 홈플러스에 입점된 50개 이상의 모든 가맹점의 수수료가 모두 올라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수료율 인상과 동시에 매장 면적은 축소시키는 홈플러스의 행태에 대해 업계는 무리한 ‘갑질’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는 금액을 특정하지 않고 ‘수수료율’로 책정해 지급하고 있어 물가 상승에 따라 수수료도 자연스럽게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홈플러스가 수수료율을 높일 이유가 없다”며 “이 같은 행태는 말 그대로 입점업체의 수익을 빼앗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피해 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정식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자칫 자신의 신상이 탄로나 매장 운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각 브랜드 본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 입점매장들이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 받아 부담감이 큰 상황이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마트의 요구에 불응할 수 없어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려서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의 목적 달성을 위해 MBK가 홈플러스 입점업체의 목을 죄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MBK에 매각된 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따른 공정위 과징금 부과 등 각종 악재에 휩사이면서 기업가치가 오히려 하락세를 띄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장점유율이 최근 2~3년간 계속 하락해 27~28% 수준에 그치면서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뉴스토마토>의 취재가 시작되자 수수료율 인상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해당 점포의 인테리어 비용이나 수수료율 등의 문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면적이 줄어들게 되는 입점업체의 수수료율 인상 철회 등의 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홈플러스에 입점된 임대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사실상 모든 입점매장을 대상으로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홈플러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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