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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1940년대생 '전성시대'
김종인·박지원·반기문·서청원·김희옥, 경륜 앞세워 각종 이슈 주도
2016-06-09 15:34:26 2016-06-09 17:15:38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정치권에 1940년대생들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 70대인 이들은 정치적 경륜의 힘을 앞세워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각 당의 상황이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다. 1942년생으로 74세인 박 원내대표는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원내 1, 2당을 쥐락펴락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그는 당내 초선 의원들에게 원내 생활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군기 반장’을 자처하기도 한다. 체계가 잡히지 않은 당의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9일 의원총회에서도 그의 위상이 돋보였다. 사회를 맡은 이동섭 원내부대표가 “성원이 되었으므로 시작하겠다”고 하자, 박 원내대표는 “몇 명 참석했어요? 빈자리가 있는데...”라며 사소한 것이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채이배 의원이 이날 세미나 일정이 있는 것을 미리 알고 “채 의원은 (행사장에) 빨리 뛰어가세요”라며 채근하기도 했다. 또 국회 부의장 후보 선출 선거관리위원으로 김삼화, 송기석 의원이 투표함 주위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고 “의자를 몇 개 놔주라”며 동료 의원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940년생으로 올해 76세다. 20대 총선 당선자 중 최고령자이다. 총선 전에는 이른바 ‘경제 할배’로 불리며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더민주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외교·안보 문제에 집중하면서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해병 제2사단 본부를 비롯해 중앙보훈병원과 함동참모본부를 방문하는 등 국방 안보 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와 회동하면서 북핵 문제를 논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미국, 일본, 러시아 대사와의 회동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자 “흡사 대권행보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서청원 의원(73세)의 행보가 눈에 띈다. 서 의원은 전날 “새누리당은 통 크게 미래를 보면서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달라면 줘버려라”며 국회의장직을 포기했다. 서 의원의 발언으로 원 구성 협상이 돌파구를 찾았다. 박 원내대표는 서 의원을 향해 “(원 구성 협상) 물꼬를 터줬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도 1948년생, 68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44년생으로 올해 72세다. 그는 최근 5박6일간의 방한 일정으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반 총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각계 원로,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그는 고령의 나이가 대통령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나이, 체력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고령의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적 불안 속에서 안정감을 주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희옥 위원장만 보더라도 정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사회적 경험이 많다. 또 (1940년대생 바람이) 40대 정치인들의 세대교체 실패로 인한 반작용 현상일 수 있고, 초고령화 현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동철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겨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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