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올해 초만 하더라도 잠잠했던 분양시장이 4.13총선과 어린이날 연휴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가운데 편법 분양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불법이 아니라 법적 조치가 안 되는 만큼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8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6월 전국에서는 아파트 67개 단지 4만3411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3개 단지, 2만8888가구)보다 50.3% 늘어난 물량이다. 6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역대 최대물량이다.
이는 어린이날 연휴가 있었던 5월 첫째 주 이후 5주간 전국에서 평균 12곳 이상의 견본주택이 개관하면서 분양물량을 쏟아지는데도 평균 12.7대 1의 높은 경쟁률이 형성되는 등 수요자들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6월에도 훈풍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청약열풍이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편법 분양수법인 '깜깜이 분양'이 부활했다.
'깜깜이 분양'은 분양업체가 의도적으로 분양에 대한 정보노출을 최소화해 일부러 미분양을 만드는 것으로, 청약일정을 조용히 넘긴 뒤 선착순 분양을 통해 집주인을 찾는 방법이다.
대한토지신탁이 시행하고 우진건설이 시공하는 '정선고한 센트럴하임'의 경우 지난 3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개관 첫 주말 동안 4000여명이 방문했다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작 청약은 이에 앞서 1일과 2일 양일간 접수를 마쳤으며, 총 299가구 공급에 1명만 청약, 298가구가 일시에 미달물량으로 남게 됐다. 통상 아파트 분양 일정은 견본주택 개관 1주일 후 청약, 청약 2주일 후 계약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전형적인 깜깜이 분양의 사례인 셈이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위해 입주자모집공고를 찾아봤으나, 홈페이지에 올려진 PDF파일은 알아볼 수조차 없었으며 아파트투유에 표기된 홈페이지 주소는 물론, 입주자모집공고가 게재됐다는 한 석간지와 해당 날짜 역시 허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분양 홍보를 맡은 씨오엠 측은 "세움터(건축행정시스템)에서 확인이 가능하고, PDF파일은 다시 업로드해 두겠다"고 답변했으나, 세움터 측에 문의한 결과 민간인(일반인) 자격으로는 입주자모집공고를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여전히 홈페이지에는 알 수 없는 입주자모집공고문이 게재돼 있다.
'정선고한 센트럴하임' 홈페이지에 게재된 입주자모집공고문.
또 다른 경기 안산의 한 분양 단지의 경우 입주자모집공고 상에 '발코니 확장은 아파트 분양계약과 별도로 판매·진행되며 향후 아파트 분양계약자를 대상으로 별도 안내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경우 수요자 입장에서는 1000만~2000만원가량 하는 발코니 확장비를 알 지 못하고 계약을 한 뒤 확장을 위해 예상치 못 한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야 된다. 때문에 중도금이나 잔금 납부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분양 관계자는 "초기 분양 홍보 당시에 계약한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시행사와 시공사 간 논의하는 중에 입주자모집공고가 발표돼 이 같이 고지됐다"며 "내부에서도 논란이 될 것을 우려, 지금은 발코니 확장을 무상으로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깜깜이 분양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분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자칫 청약경쟁률이 시원찮아 '미분양 단지'로 낙인찍힐 경우 잔여물량을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리스크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청약통장이 없는 실수요자나 투자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면서 '밀착마케팅'을 벌이는 것이 계약률을 높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식 분양보다 10% 이상의 홍보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깜깜이 분양의 경우 불법이 아니라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청약 의사가 있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청약시장을 교란하고 고의로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청약제도를 통해 집을 살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빼앗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좋은 조건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릇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며 "깜깜이 분양의 경우 대체로 소형 단지거나 입지가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 청약경쟁률과 같이 시장 경쟁력이나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만큼 분양을 고려하고 있다면 입지나 계약조건 등을 좀 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열기가 고조되면서 깜깜이 분양 등 편법 분양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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