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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등장으로 요동치는 대권구도
친박·충청권 '환영' 비박 '경계'…지지층 겹치는 안철수는 '불안'
2016-05-26 16:29:49 2016-05-26 16:29:49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반 총장이 지난 25일 “대권 후보로 언급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대선 출마에) 체력과 나이 등은 별 문제가 안 된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전체 대권판도가 출렁이는 모습이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포럼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자신의 강점인 외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토대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행사 후 황교안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정치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반 총장은 이날 전현직 외교부 인사들과의 조찬모임에서 자신의 발언을 확대해석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발언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치고 빠지기’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 당과 계파별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친박(박근혜)계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라면 돕겠다”며 반색한 반면, 비박(박근혜)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 했다.
 
친박 중진인 정갑윤 의원은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반 총장 같은 인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대권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충청 출신인 홍문표 의원도 “지금 야당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반 총장에게) 겁을 먹은 것 같다”며 “우리 당에 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비박 김성태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명예롭게 일을 해오신 분이 이 험난한 정치에 과연 제대로 발을 들이게 될 수 있을 것인지, 일부에서 상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친박계를 발판으로 일어설 경우 그를 당내 경쟁자로 맞아야 하는 비박계의 부담감, 결국 '친박 세상'이 연장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에 따른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반응도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기가 남아 있는데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당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당내 유력한 대권후보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 총장과 안 대표는 세대별로는 50~60대의 호감을 얻고 있고 이념적으로 중도층에 호소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지지층이 겹쳐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오세훈·문재인·안철수 3자 대결에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35.8%로 1위를 기록했고, 안철수 대표(28.8%)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27.9%)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을 빼고 반기문 총장을 넣어 보니 반 총장이 38.0%, 문 전 대표는 34.4%, 안 대표는 21.4%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이전보다 1.4%포인트 감소해 별 차이가 없었지만, 안 대표는 7.4%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이러다 보니 반 총장에 대한 더민주의 언급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반 총장이 출마한다고 야권에서 특별히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도 “사회 어른으로 남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짚을 뿐이었다. 지지층도 크게 겹치지 않고, 뚜렷한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인물에 대해 굳이 강한 경계감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반 총장이 본격 등판할 경우 검증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더민주는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견제구를 날리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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