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심판 매수 혐의…"개인 아닌 구조적 문제"
수사 결과에 따라 강등·승점 삭감 불가피
"심판들 생계 위한 직업 안정성 힘들어"
"축구인 양성하는 구조적 문제도 봐줘야"
입력 : 2016-05-24 12:53:09 수정 : 2016-05-24 13:12:0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심판 매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북현대를 향한 비판이 날 선 가운데 K리그 전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2011년 승부조작 사태 당시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그간 K리그 관계자들이 해온 자정노력과 신뢰회복을 위한 움직임들이 몰지각한 일부 구성원들의 비정상적인 행태 때문에 물거품 되는 모양새다이 가운데 축구계 한쪽에서는 축구인들을 길러내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심판의 업무 환경 등을 언급하며 전북현대 구단이 단순 개인의 행동으로 짚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3일 부산지검 외사부는 전북현대 관계자한테서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K리그 소속 심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전북현대 해당 스카우트 역시 불구속 기소됐으며 사건에 연루된 심판들은 스카우트한테서 2~3번에 걸쳐 경기당 100만원씩 총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현대가 즉시 "해당 스카우트의 개인행동"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여론은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2011년 선수 40명과 브로커 7명 등 총 47명이 영구제명 된 승부조작 사건을 운운하며 스포츠의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시간과 돈을 투입해 경기장을 찾는 충성도 높은 K리그 팬들과 이러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청렴한 축구문화 발전에 일조하려던 관계자들 역시 한숨을 쉬긴 마찬가지다.

 

검찰이 이 사건을 프로축구계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프로축구연맹은 더욱 사건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은 수사 단계이니 전북현대나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는 그 이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심판 비리가 적발될 경우 즉시 제명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후 대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K리그 규정에 따르면 모든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심판의 징계뿐만 아니라 전북현대의 2부리그 강등이나 승점 삭감까지도 충분히 가능하다. 프로축구연맹 규정 '6장 상벌'을 보면 클럽 운영책임자 등 임직원이 가담해 심판매수 등 불공정 심판 유도행위 및 향응을 제공한 경우 해당 클럽에 내려질 수 있는 징계 유형으로는 제명 하부리그 강등 1년 이내 자격정지 10점 이상 승점 감점 1억원 이상 제재금 등이 있다. 전북현대의 경우 해당 스카우트가 구단의 보고 없이 개인행동을 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엄연히 팀 구성원 중 한 명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혐의가 사실일 경우 전북현대의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지난 2006년 대규모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해 명문 구단 유벤투스가 곧장 2부리그(세리에B)로 강등됐다. 승점 9점 삭감의 징계도 따랐다. 게다가 최근 K리그 분위기를 보더라도 경남FC 역시 지난해 전·현직 심판 4명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넨 혐의로 벌금 7000만원에 승점 10점 삭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때도 팬들의 여론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쪽으로 모였다.

 

반복되는 심판 문제에 염증을 느껴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K리그를 둘러싼 비위행위에는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축구인들을 키워내는 과거 구조에서의 환경적인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심판들이 이런저런 금품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도 봐줘야 한다"면서 "학교 다닐 때 같이 운동하고 했던 사람들이 선심성으로 주는 것들부터 해서 사적인 감정을 내세워 돈을 주거나 하는 사례들도 예전엔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판들 대다수가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외국과 달리 국내 축구인들은 학창시절부터 운동만 했기에 수입이 안정적인 직업이나 심판 활동과 병행할 수 있으면서도 생활이 가능한 직업을 갖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선수 육성에만 내몰려 축구만 하는 사람들을 길러낸 것에 대한 부작용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심판은 "클래식 심판을 보면 주심 200만원 부심 11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저 역시도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직업 없이 심판만 전업으로 하던 분들이 많았다.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금전적인 유혹에 빠지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심판들은 나름대로 직업도 갖고 그런 것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부 연차 높은 예전과 같은 사고를 지닌 심판들 때문에 열심히 하는 젊은 심판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 분명 심판들의 의식이나 사고는 변하고 있으니 전체의 문제점으로는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 심판은 전북현대 스카우트가 사건에 연루된 것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스카우트가 이런 사건에 연결됐다는 것에는 의문점이 든다. 듣기로는 꽤 오랜 시간 스카우트 생활을 한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해당 심판과 오래 프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심으로 불공정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그래도 스카우트 역시 구단의 구성원이니 전북현대가 벌인 일이라는 지적에는 크게 반박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스카우트 개인의 행동이라 선을 그은 전북현대의 지적은 성립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전북현대 선수단.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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