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뚫고 추락하는 새누리 계파 갈등
전국위 무산되고 혁신위원장 사퇴…정두언 "양아치도 이렇게 안해"
2016-05-17 17:30:56 2016-05-17 17:30:56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쇄신을 책임질 혁신위원회의 공식 출범이 물거품됐다. 두 기구의 출범을 인준하는 전국위원회의 무산 과정을 친박계가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계파 갈등을 넘어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전국위 시작을 기다리던 당원들에게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를 못하는 참담한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음을,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며 전국위원회가 열릴 수 없음을 선언했다.
 
전국위에서 논의할 안건을 심의·작성하는 '상임전국위'가 친박계 다수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되면서 전국위도 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전날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이 비박계 일색이라며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전국위 역시 회의 무산이 선언된 당시 850여명 재적에 의결정족수인 과반에서 70여명이 모자란 것으로 집계됐다. 홍 사무총장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이 (계파 갈등 때문이냐는) 지적을 하고 있고 (전국위원들이) 여의도에는 많이 와있는데 회의장에는 못 들어오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통해 비대위원장직을 공식 인준 받고 비대위원 임명과 혁신위원회 출범을 마무리하려 했던 정 원내대표는 상임전국위가 무산되는 상황에 이르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은 얼마 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며 혁신위원장직을 내던졌다. 
 
김 의원은 "저 같은 사람에게 세 번 국회의원이 되는 은혜를 주신 국민과 당원께 죽을 죄를 지었음을 고한다"며 "국민에게 무릎 꿇을지언정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이제 국민과 당원께 은혜를 갚고 죄를 씻기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 새누리당에서 소멸해버린 정당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전국위 무산의 책임을 친박계에 돌리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전국위 의장을 맡기로 돼있던 정두언 의원은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 안 할 것이다. 내가 패거리 집단에 있어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이 정체성이다. 국민들이 볼 때 '저건 보수당이 아니다. 독재당이다' 그래서 떠나간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 역시 친박계를 향해 "특정 지역은 아예 참석 자체를 무산시키면서 전국위를 조직적으로 보이콧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또 다른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김성태, 김학용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은 의원회관에서 따로 모여 정 원내대표에게 '당선자 총회를 열어 전국위 무산의 이유를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부대표단도 긴급 회의를 열었으나 당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을 뿐 구체적인 대처 방안은 찾지 못 한 채 끝났다.   
 
이번 사태로 인해 새누리당은 당분간 대혼돈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박계 일각에서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 인선을 두고 '완전한 파괴를 위한 것이라면 의미가 있다'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사태가 분당 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과 혁신위원회 출범을 의결하려던 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자 당직자가 당 깃발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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