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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영의 스포츠란)박태환 CAS 중재제소, 얻을 것 없는 무리수
대한체육회·수영연맹의 중재합의가 없는 한 중재절차 종료될 듯
2016-05-15 13:42:07 2016-05-15 13:42:07
결국 박태환 선수가 자신의 리우올림픽 국가대표선발 논란과 관련하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중재신청(제소)이라는 선택을 했다. 어제(14일) 언론보도에 나왔듯이 박태환 선수의 제소 대리인이 지난 4월26일 CAS에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을 상대방으로 하는 항소중재(appeal arbitration) 신청서(statement of appeal)를 제출했다.
 
박 선수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5월 초까지도 CAS 제소에 대해 결정을 하지 않았고 우선 대한체육회의 선처를 구한다며 언론을 통해 절까지 했던 사실을 보면 박 선수가 거짓말을 한 셈이 돼버렸다. 이는 사안의 본질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선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므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문제는 박 선수 측의 이번 제소가 과연 국가대표선발 논란을 해결할 것인가이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조만간 국가대표로 선발이 돼야 하는 시간적 제약과 대한체육회의 결단이 없는 한 국가대표선발 규정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우선은 국제스포츠 분쟁해결의 준사법적 기구라 할 수 있는 CAS에 제소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 선수 측의 이번 제소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일지는 모르겠지만 불에 물을 끼얹는 결과를 야기할 것 같진 않다. 개인적으론 박 선수 측이 조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본다.
 
박태환이 이번 CAS 중재 제소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선수 측이 이번 제소를 하게 된 이유는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CAS 제소로 IOC 등 국제스포츠계에 자신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이로 인해 국가대표선발 규정 개정에 대하여 대한체육회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신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선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선발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박 선수 측이 보인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러기 위해 진솔한 마음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외부의 힘을 빌려 대한체육회의 입장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 내부적으로 개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러 방안과 노력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하고 외세(?)의 힘을 빌리려고 했다면 작년 박 선수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도핑 징계를 받기 이전부터 현행 국가대표선발 규정의 문제점을 제기한 나로서도 대한체육회·수영연맹 소속 선수의 대응으로선 아쉬운 생각이 든다.
 
박 선수 측이 이번 제소를 하게 된 이유의 다른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은 이번 사안이 CAS 중재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CAS 규정상 현재로선 이번 제소가 박 선수 측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단체로부터 받은 징계 등의 결정(decision)에 대해 이를 다투고자 하는 자(신청인, appellant)는 결정에 대한 내부적인 구제절차를 다 거친 후에 그 단체의 규정에 CAS 중재절차 조항이 있거나 단체와 중재절차 합의를 한 경우에 중재신청서(statement of appeal)를 CAS에 제출함으로써 항소중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확인해 보니 박 선수 측의 이번 제소도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대해 다투는 항소중재다.
 
그런데 중재신청서에는 다투고자 하는 단체가 내린 결정의 사본도 첨부되어야 한다. 항소중재의 심판대상은 단체의 결정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중재신청서에 결정의 사본이 제출되지 않으면 CAS는 1회에 한하여 10일 이내 제출을 요청하고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심리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처리(각하)한다.
 
문제는 박 선수 측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지난 4월7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국가대표선발규정 개정을 다루지 않겠다고 한 것이 CAS의 항소중재 심판대상인 '결정'으로 볼 수 있느냐이다. 법리적으로는 위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위 의견은 내부의견에 불과한 것이지 이를 박태환 선수에 대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CAS가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결정'은 스포츠단체의 특정 선수나 지도자 또는 팀에 대한 자격이나 활동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집행 또는 의사결정이지 스포츠단체 내부의 의사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CAS는 여러 사건에서도 이와 같은 판단을 취했다. 또한 결정은 대상자에게 결정의 내용 및 구제절차가 기재된 문서로 이뤄지고 그러한 문서에 의해 통지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위 의견은 국가대표선발규정 개정 여부에 대한 내부의견에 불과한 것으로서 박 선수 측에게 이를 통지할 아무런 의무가 없다.
 
CAS 규정상 대한체육회의 중재합의가 없는 한 제소는 해결방안 못돼…되려 사안 꼬이게 할 뿐
 
박 선수 측이 중재신청서에 결정 사본으로 어떠한 자료를 첨부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CAS가 5월12일자 대한체육회 측에 보낸 서신(letter)에 박 선수 측이 주장하는 '결정'이 있었는지, '최종적'인 결정인지 확인을 요청한 것도 박 선수 측의 자료만으로는 그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한체육회 정관에 있는 중재절차 근거조항이 박 선수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점(개인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데, 수영연맹 규정에는 중재절차 근거조항이 없기 때문이다)과 다른 구제절차가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대한체육회 측이 CAS 회신에 4월7일자 스포츠공정위원회 의견은 대한체육회의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면 CAS 규정에 따라서 박 선수 측의 이번 제소는 심판의 대상인 '결정'이 없음을 이유로 바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일부 보도에선 CAS가 박 선수 측의 요청으로 중재절차를 보류하였다고 하는데, CAS 중재절차는 원칙적으로 양 당사자의 합의가 없는 한 보류되지 않고 보류 결정이 있으면 이에 관한 통지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없다는 점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대한체육회와 수영연맹이 이후 예상되는 박 선수 측의 CAS 중재절차 합의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번 제소는 박 선수 측의 입장에선 얻을 것 없는 무리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박 선수 측의 일방적인 이번 제소로 대한체육회의 기존 입장이 더 확고해 진다면 박 선수 입장에선 더욱 상황이 어려워질 것 같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사정이 복잡해지는 것 같아 답답하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지난 4월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국제수영장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태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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