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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유일호, '되'로 주고 '말'로 받다
2016-05-11 15:44:01 2016-05-11 15:50:19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지난주 독일 프랑크프루트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가기 전, 한국 사회는 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재원 마련 방안이 뜨거운 감자였는데 출장가서도 그 문제는 연일 입방아에 올랐다.
 

경제 수장에게도 그 문제는 피해가지 않았다. ADB 연차총회 참석 기간 중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 출입기자단과 만찬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 간담회 내내 이슈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터졌다. 출장가기 전, 논란이 됐던 것들 중 하나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려면 '사회적 합의''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입장이었다.

 

상황은 이렇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29일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브리핑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대통령의 한국판 양적완화 검토 지시와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을 기대한 재정당국의 입장과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독일에서 만난 유일호 부총리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하며 한은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이어 "기억나는 것은 한국은행이 얼마 전부터 구조조정에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고 덧붙이면서 우회적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을 기대했다.

 

이러한 유 부총리의 발언이 언론에 기사화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입장차는 더욱 벌어졌고,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유 부총리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유 부총리는 그 다음날 독일에서 ADB 연차총회 연설을 마치고 나온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해명의 자리를 가졌다. 그는 곤혹스러움을 드러내며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 결론이 나면 당연히 국회에 가서 설명을 할 것이고, 이러면 국민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뜻을 밝혔다.

 

하루 아침에 바뀐 정책 당국자의 말은 시장에 영향을 줬다.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줘야 할 정책 당국자가 이틀 사이에 전혀 상반된 발언을 하니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만도 하다. 정부 정책에 신뢰를 형성해야 할 그가 국민의 심기만 불편하게 했으니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다. 경제 수장의 태도가 아쉽다.

 

박진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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