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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황혼육아는 중노동,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
연령 높을수록 양로·요양시설 선호…일과 가정 양립위해 가족에 손길
2016-04-27 13:48:56 2016-04-27 13:48:56
노인 4명 중 3명은 향후 자녀와의 동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응답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20%포인트나 상승했다. 현재 자녀와 같이 사는 고령자들도 본인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라기 보다는 자녀의 독립생활이 어렵거나, 손주들의 양육과 가사를 돕기 위해 동거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75.1%가 향후에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음'에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77.4%)가 여자(73.3%)보다, 농어촌 지역(76.1%)에 사는 사람이 도시 지역(74.8%)에 사는 사람보다 같이 살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자녀와 떨어져 장래에 살고 싶은 곳으로는 '자기 집(86.0%) 가장 많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양로·요양시설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60세 이상 고령자 중 자녀와 같이 사는 비율은 31.6%다. '자녀의 독립생활 불가능(34.2%)', '본인의 독립생활 불가능(29.3%)', '손자녀 양육 및 자녀 가사도움(12.1%)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2013년 조사에서는 '본인의 독립생활 불가능(36.0%)'에 대한 응답률이 '자녀의 독립생활 불가능(29.3%)'보다 더 많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각각 29.3%, 34.2%로 전세가 역전됐다. 늙은 부모가 자식의 도움 없이 혼자 사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녀의 정착이 늦어 아직도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거나 가정을 꾸렸더라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가족의 손길을 빌릴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혼 육아의 모든 문제는 주도권 싸움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위계질서가 어른 중심이고 ‘우리’를 위해 ‘개인’이 참는 문화였다가 지금은 이런 관계 중심적 가족 문화가 약해지고 젊은 자녀 세대로 주도권이 넘어온 상황이다. 
 
또 ‘손자 손녀 육아’로 도움을 주고받는 가운데서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잘잘못을 가리기가 모호하고 힘들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불만이 있지만 쉽게 드러내고 말하기도 어렵다.
 
시대가 변하면서 주도권은 자식들에게로 넘어왔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어른’이고 싶어 한다. 반대로 자식들은 무조건 어른들이라고 존중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것을 내세우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주장한다. 여기서부터 모든 갈등이 시작한다.
 
어른들을 어떤 역할로 보는가에 따라 요구하는 것도 달라지고,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부모님일 때는 애틋하고 감사하지만 도우미 역할에선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자꾸 앞서 보인다. 서로의 역할이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혼 육아의 갈등 해법은 자기 역할 기대와 타인 역할 기대를 분명하게 하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육아를 도움 받는 자식은 어른들께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어른들의 요구에 어디까지 수용해줄 수 있는지 확실하게 해야 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9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젊은 부부등 관람객들이 제품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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