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에 이골 난 북한, 이번에도 살아갈 길 찾을 것"
북·중 교역에 별 문제 없어…내달 당대회서 '이제는 경제다' 선언할 듯
중국 단둥 접경지역 다녀온 정영철 서강대 교수의 진단
2016-04-25 15:00:20 2016-04-25 15:00:20
[뉴스토마토 황준호기자] 북한이 23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시험한데 이어 5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2일 북한전문가인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를 만나 최근의 북한 상황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정 교수는 특히 열흘 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채택(3월2일) 후의 북·중 경제교류 현황을 보고 왔다. 그는 제재가 북·중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북한이 내달 36년만의 당대회를 통해 큰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의주에서 나오는 화물트럭의 행렬
 
- 단둥에서 느낀 대북 제재의 영향은 어느 정도였나.
 
북·중 무역의 약 70%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를 알아보고 싶어서 13일부터 16일까지 단둥에 다녀왔다. 보도와 달리 압록강철교를 통해 많은 화물차가 북·중 사이를 왕래하고 있었다. 의류나 액세서리, 건설자재 등으로 북한과 사업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여전히 사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다만 한국 국적을 가지고 북한과 임가공이나 위탁가공 사업을 했던 사람들은 굉장히 힘들게 됐다고 한다. 제재의 불똥이 한국인 사업가들에게만 떨어진 셈이다. 중국인이나 중국 국적의 조선족들이 사업을 하는 데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한다. 중국 중앙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와 통관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약간의 지체현상일 뿐 거의 대부분 통과된다고 한다.
 
한국 언론들이 ‘텅 빈 압록강철교’ 사진을 보여주면서 대부분의 교류가 끊어진 것처럼 보도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압록강철교는 단선이어서 통행 시간이 정해져 있다. 통행 시간대에 가지 않으면 왕래가 완전히 중단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압록강 단교를 오후 4시쯤 걸어봤는데, 북한 쪽에서 트럭과 기차, 봉고차 등의 행렬이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또 일부 언론이 ‘신의주에서 배에 실린 북한산 석탄이 단둥항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제재의 효과’라고 보도했는데,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단둥에는 원래 북한산 석탄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직접 단둥항에 가보니 석탄을 하역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조선족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단둥에서 석탄 거래는 별로 이문이 남지 않아 원래 거래하지 않았고, 잉커우항 같이 다른 지역으로 간다. 제재 때문에 단둥항에 석탄이나 철광석이 못 들어간다고 하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다. 단둥에서의 거래는 주로 압록강철교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 북한 식당의 영업이 제재 때문에 타격을 입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단둥 지역 있는 북한 식당은 성격이 다양하다.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 북한과 중국이 합작해 운영하면서 북한 종업원을 고용한 식당, 중국인의 식당인데 북한 종업원을 두는 식당 등 여러 형태의 식당이 23~25곳 있다. 최근 북한 식당들이 망하고 있다는 보도가 종종 나오는데, 문 닫는 식당이 몇 군데 있긴 있지만 제재 때문에 그리 된 것은 아니다. 식당간 경쟁에서 도태돼 망한 경우가 있고, 겨울철이라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 제재 때문에 한국인 손님들이 발길을 끊어 망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단둥의 북한 식당은 대부분 중국인이나 조선족을 상대로 영업한다. 한국인 관광객 손님의 비중은 5%가 안 될 정도로 낮다.
 
- 눈에 띄는 장면은 없었나.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4월15일) 당일 단둥 시가지를 다니다가 한복을 입거나 체육복을 입은 북한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다. 태양절 축하행사장으로 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들뜬 분위기도 느껴졌다. 단둥 시내 중심부에는 중국 국기와 북한 국기가 같이 걸려 있는 공장이 꽤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다. 단둥 부근에만 2만명 이상이 파견돼 봉제 등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 대북 제재의 관건은 중국의 이행 의지라고들 한다. 현지에서 느낀 의지를 종합적으로 진단하자면.
 
중국 중앙정부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 결의에도 찬성했고, 또 G2 국가라는 위상이 있기 때문에 제재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의지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대북 제재에는 많은 ‘구멍’이 있다. 민생 목적의 경제협력은 허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민생 목적이라는 것이 확인되기만 하면 특별한 문제없이 계속 거래할 수 있다. 단둥 지역에 있는 중국인이나 조선족들은 앞으로도 중앙정부가 강력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 일반 교역 외에 북한과 중국이 추진해오던 각종 경제협력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지난해 10월 단둥의 궈먼항 광장에 ‘조·중 호시무역구’가 개장했다. 호시무역은 변경지역 주민들에게 허용된 관세 없는 국경무역을 뜻한다. 이번에 가 봤더니 중국이 북한으로 수출하는 물품과 북한에서 수입해오는 물품들의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일부 가게는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5월 이후 본격적인 개장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호시무역구가 제재 이후에도 진행되는 것을 보면 중국 정부가 완전히 닫을 생각은 없음을 방증한다. 국경에서 반경 20~30km 안에 있는 단둥과 신의주 사람들은 특별한 비자 없이 통행증의 일종인 ‘도강증’만 있으면 언제든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단둥~신의주 거래는 국가간 거래라기보다는 이웃동네 사이의 거래다. 중국에 사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북한 쪽에 친인척을 두고 있다. 이 일상적인 교류를 막으면 인도주의적 문제가 생긴다. 중국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야 하는 위화도 경제특구와 황금평 경제특구 사업은 북한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다 보니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대북제재 때문이 아니라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부터 그런 상황이 이어졌다. 현장에 직접 가보니 위화도 특구 개발은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황금평 사업은 사무소 건물 하나 지어 놓고 역시 진척되지 않았다.
 
◇김정일의 ‘선군시대’ 정리 중인 김정은
 
- 5월 초순쯤으로 예상되는 북한 조선노동당 대회 얘기를 해보자. 36년만의 당대회에 앞서 북한이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군사기술을 내놓고 있다. 이런 위협적인 행동에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가.
 
김정은 시대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병진노선은 한편으로 아버지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했던 선군노선을 계승하는 것이지만, ‘계승’ 정도지 김정은이 중점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시대에 해야 할 것은 역시 경제건설이다. 그러나 안보와 경제를 동일한 비중으로 끌고 가기는 어려운 조건에서 당대회 이전에 핵무력 증강이라는 안보 문제의 매듭을 짓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1월 수소탄실험(4차 핵실험)과 2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한 미사일 능력 과시, 핵탑재 능력 등을 보여줌으로써 당대회를 기점으로 ‘이제 안보문제는 해결했으니 경제에 매진하자’라는 메시지를 던지려 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지난 15일 김영춘과 현철해에게 ‘인민군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김영춘과 현철해는 김정일 선군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김정은은 그간 군부 인사들의 계급을 올렸다 내렸다 했고, 때로는 숙청을 하기도 했다. 과거 비대해진 군부의 힘을 약화시키고 정상적인 당의 통제 체제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군이 가지고 있던 과도한 기득권을 정리하고, 군에 투입되던 과도한 사회적 자본을 제한하려 한 것이다. 거기에 반발하는 인사는 숙청했다.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김영춘과 현철해를 원수로 올리며 ‘선군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군에 대해 했던 작업은 거의 끝난 것 같다.
 
- 당대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면.
 
당대회 전에 군이나 안보문제에 대해 한 두 가지 더 제스처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정리가 되고 당대회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나 한다. 당대회에서는 국가발전 전략을 새롭게 짜고, 당이 국가(정부)보다 우위에 있는 체제를 확실히 정립할 것이다. 위기의 시절에 내세웠던 선군체제를 버리고 ‘당-국가 체제’라는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즉, 장기적인 국가발전 계획으로 무엇을 내놓을지 눈여겨봐야 한다. 경제건설에 보다 집중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두 번째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세대교체다. 과거에도 당대회을 거치며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선군시대의 인물들은 정리가 되거나 김영춘 같이 상징적인 지위로 가고, 실용적인 엘리트들이 보다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10월 당창건 기념식 때 ‘청년’을 이례적으로 많이 언급하는 연설을 했다. 자기와 함께 갈 세대이고, 경제건설을 뒷받침할 세대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역시 대남 메시지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 북한은 마치 ‘투 코리아’를 추구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왔다. 평양에서 세계역도선수권대회 같은 국제경기가 열렸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트는 것을 용인했다. 또 공화국 성명이란 것을 남쪽을 향해 발표했다. 원래 북한은 남한을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에 성명을 내야 하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같은 대남단체의 명의로 발표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는 남한에 대해 두번이나 공화국 성명을 냈다. 또, 표준시간을 남측과 30분 차이가 나도록 한 ‘평양시’ 채택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통일에 대비해 남북이 이질화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 평양시를 채택한 것은 두 개의 국가가 평화롭게 나가는 것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내 표현으로는 ‘당면의 통일보다는 당면의 평화를 우선하는’ 전략이 아닌가 한다. 북한이 통일을 장기적 과제로 보는 것 아닌가 한다. 현실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당대회 이후 대남 평화공세로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경직성 벗어던지려 애쓰는 북한
 
-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아니다. 현재 핵문제 때문에 못하는 것일 뿐이다. 당대회 이후 상황이 정리되면 대미협상도 시도하지 않을까 한다.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지난달 중국의 제안을 고리로 북한이 나올 수 있다. 북한의 궁극적인 전략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10월 유엔 연설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적 환경’이라고 말했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의 첫 연설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다.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주권을 지키는 것, 즉 안보다’라고 했다. 이제 그 안보문제를 매듭지으려 하는 것이고, 이게 정리되면 평화공세를 할 것으로 본다.
 
- 5차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당대회 한번으로 노선을 획기적으로 바꿀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당대회에서 ‘20~30년의 위기를 극복했다. 이 승리를 기반으로 더 잘사는 길로 나가자’고 선언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렇게 했다. 5차 핵실험 가능성은 반반인 것 같다. 북한은 지난 네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실험 자체가 추구하는 목적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 이제는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최근 ‘재진입 실험에 성공했다’거나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이유다. 추가적인 실험을 한다면 그런 능력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과거와 같은 핵실험을 또 한다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비슷한 실험이나 하고 있으면 북한 입장에서도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 김정은의 권력 장악 정도를 평가한다면.
 
권력 장악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 만약 이상이 있다면 북한 내에서 서로 다른 정책들, 충돌하는 정책들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어 가면서 북한 사회는 더 유연한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모란봉악단에 관해 김정은이 이런 얘기를 했다. ‘사상의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사상의 경직성을 풀고 보다 새롭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가야 한다. 모란봉악단을 조직해 공연하는 것은 전 사회 분야에서 경직성을 풀고 창조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군사적인 이슈들이 뉴스를 뒤덮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북한 사회가 이념적으로 경직돼 있다는 것을 김정은이 더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한꺼번에 풀 수는 없지만, 당대회 후 더 유연한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단둥에서 최근 북한에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이제는 북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사진 촬영에 응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일하는 모습을 찍으면 막았지만 이제는 ‘잘 좀 찍어 달라’며 웃는다고 한다. 당대회에서 그런 방향으로의 전환이 더 있을 것으로 본다. 36년 동안 하지 않았던 당대회를 연다는 것은 뭔가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준비가 안 됐다면 당대회를 늦추거나 당대표자대회로 바꿀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나의 국면을 끝내고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겠다는 뜻이다.
 
- 외국의 주요 인사가 초청되지 않는 행사로 전락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원래 당대회에는 외국 손님을 초청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온 축전을 소개할 뿐이다. 1980년 6차 당대회 때는 외부 손님들이 많이 왔었는데, 그건 10월 당창건 기념일과 겹쳤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들이 당대회의 문제점을 잡는데 집중하다 보니 정말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치고 있다. 사실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거나, 지엽적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5일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압록강철교를 줄지어 건너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정영철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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