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 용적률과 연한 완화로 수혜 지역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집값이 크게 들썩이면서 전세난 심화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이후 최근까지 재건축 규제 완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으로 15년 이상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데 이어 그해 12월에는 재건축 용적률 규제가 완화됐고, 이듬해 2월에는 재건축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도 폐지됐다.
그러다 2014년 9.1 부동산 대책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당시 부동산업계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의 종합판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는 대지소유자 80%이상의 동의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된다. 기존 100% 동의에서 80% 동의로 재건축이 가능해져 사업성이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연한 단축을 비롯해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재건축 적용 단지가 늘고 이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재건축 시기가 앞당겨진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1986년 11월 준공) 전용면적 72㎡의 경우 2014년 9월에 비해 현재 12% 가량 가격이 올랐다. 내년 재건축이 가능한 노원구 상계주공 2단지 전용면적 58㎡은 같은 기간 동안 20% 가량 집값이 상승했다.
여기에 올 들어 강남발 재건축 열풍이 더해지면서 서울 전체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4일 이후 7주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등공신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다. 개포 주공 1단지 전용면적 36㎡ 아파트의 경우 가격이 두 달 새 1억원이나 올랐다.
현재 분양 중인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3.3㎡ 당 4000만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매도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어오른 탓이다.
전국 재건축 아파트 시세의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는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송파구 등 주변 지역 아파트는 물론 과천,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도 덩달아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
올해 약 1만가구의 재건축 사업이 시작되는 과천의 지난달 말 평균 아파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7.2% 올라 서울(5.3%)을 앞질렀다. 분양가도 3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면서 과천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서울 재건축 단지는 노후단지가 많은 강남권 비중이 높아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등락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재건축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집값 상승은 물론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난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단지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전세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올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를 비롯해 서울 전체 재건축 아파트 이주수요는 1만여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2만1000여가구가 넘는다. 하지만 신규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 대란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주택시장 회복 대책으로 내놓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서울 전세난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사업의 첫 분양단지인 '래미안블레스티지' 견본주택을 방문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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