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 바람에 '워크아웃 무용론' 다시 고개
채권단 자금회수에만 몰두해 기업회생은 등한시
정부의 신용 보강 등 지속적인 수주활동 지원해야
입력 : 2016-04-24 11:00:00 수정 : 2016-04-25 10:38:2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건설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을 앞두고 워크아웃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워크아웃을 거쳐 간 건설사 대부분이 회생보다는 법정관리나 매각으로 이어지면서 워크아웃이 기업회생 보다는 채권단의 자금 회수 수단으로 전락해 본래 목적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오로지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기업을 평가하는 현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건설업 1차 구조조정 이후 워크아웃에 돌입한 건설사는 고려개발(004200), 진흥기업(002780), 경남기업, 삼호(001880), 우림건설, 월드건설, 남광토건(001260),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등 수십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중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회생에 성공한 건설사는 풍림건설, 이수건설, 금호건설 등 손에 꼽힐 정도다. 나머지는 상황이 더 악화돼 법정관리로 넘어가거나 매각을 통해 주인이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워크아웃 건설사 중에서는 바로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게 회사 존립에 더 도움이 된다는 푸념도 나온다. 채권단이 자산압류, 청산 등 자금 회수에만 몰두하고 본래 목적인 기업회생에는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워크아웃 중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매각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해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자산만 날리게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해 자금조달 시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보증 문제로 인해 신규 사업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오너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 초기 사재출연과 채권단 지원을 통해 만기 회사채 상환 등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사업수주가 어려워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건설사의 경우 건설공제조합,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의 보증제한으로 단독 수주가 어려워 하청으로 수주를 따내는 경우가 많다"며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대해 채권단이나 보증기관이 발목을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채권단이 수주산업인 건설업에 대한 이해보다는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건설사를 평가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사업기간이 길고 초기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건설업 특성 상 급한 불만 끄는 식의 일시적인 지원만 가지고 회생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를 중심으로 현행 워크아웃 제도가 기업회생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행 신용평가 제도로는 수주산업인 건설사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만큼 재무상태 뿐만 아니라 수주가능성 등 기업의 잠재적인 능력도 반영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용등급 하락으로 수주길이 막힌 건설사들을 위해 정부가 직접 지원해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는 지속적으로 수주가 이뤄져야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수주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건설사에 대한 보증이나 대출을 보증기관에만 떠안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참여해 신용을 보강해주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자금 회수 창구로 전락한 워크아웃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신용평가 제도 개선 및 정부의 신용보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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