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끝났다. 새로운 3당 체제가 형성 됐다. 이에 따른 정치적 의미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어느 때 보다 정책이슈에 대한 경쟁과 토론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사회는 20대 국회가 담당하게 될 2020년까지 너무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른 정책과제들은 다음 세대들에게까지 크나 큰 변화를 강요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과제에 대한 정책 대안 제시는 너무도 미약했다. 지금부터라도 20대 국회가 해야 할 고령사회 대책은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인식하고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정책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고령사회의 정책 방향에 대한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의 진단을 들어 본다. [편집자]
한국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의 특징은 저출산 장기화와 기대수명의 증가, 고령화 심화, 인구감소 시대로의 전환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인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성장잠재력의 하락이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80년대에 8%대에서 1990년대에 6%대, 2000년대에 4%대까지 하락한 데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3%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 경제는 고령화와 경제성숙화에 따라 역동성이 어느 정도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며, 2030년대에 이르러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도 1%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 어느 선진국보다도 급속하고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에 대비해 사회보험 등의 복지제도뿐만 아니라 세출 구조조정 및 효율화, 세원확충 노력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에 미래 재정건전성의 압박 요인이 있어 장기 재정여건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2015)는 시나리오별로 다르지만 2060년까지 국가채무 비율은 GDP의 38~62%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정책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인구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고, 다음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악화에 대한 대응으로 장기적인 경제성장 제고 정책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구 고령화로 인해 복지재정에 대한 소요가 급증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준칙 등의 법제화를 포함한 재정건전화 대책 등이다.
첫 번째 과제로 저출산 심화에 따른 대응을 위해 종전 기혼가구 보육 부담 경감정책에서 벗어나 일자리·주거 등 만혼·비혼 대책으로 전환하고, 아울러 제도·비용지원 위주에서 실천·사회인식 변화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고령사회 대응은 소득·건강 보장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와 지원수준 제고에 중점을 두고, 고령사회 전환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용·산업 등 구조 개편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은 사회 전반의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 및 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접근 강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 과제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악화에 대한 대응으로 장기적인 경제성장 제고 정책을 들 수 있다. 저성장 극복을 위한 기본적인 정책방향은 투입요소의 증가에 있다기보다 기술혁신 등 총요소 생산성의 결정 요인에 대한 대책이 성장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적극적인 거시안정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장기적인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분배적 형평성을 개선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고령화의 가장 큰 영향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노동공급의 감소이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성, 청년, 그리고 노년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넷째, 노동과 자본 등 투입증대보다는 생산성 제고 효과가 있는 경제전반의 구조개혁이 중요하다.
세 번째 과제는 재정준칙 등의 법제화를 포함한 재정건전화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중기재정운용의 거시적 방향을 제시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재정준칙의 운용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의 연계가 바람직하다. 아울러 재정준칙을 도입하되 법적 근거는 법률, 준칙의 유형은 지출준칙과 ‘페이고’(Pay-go) 준칙, 특성은 강제성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차세대 준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준칙의 강제성을 구비하려면 국가재정법과 국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적인 대책 외에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분야별 사회복지 정책을 실시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를 위해서는 공적연금 강화가 필요하다. 여성과 근로빈곤층 등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1인 1국민연금체계를 구축하고 기초연금, 특수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을 내실화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농지연금 대폭 확산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고령자 건강생활 보장과 관련해 만성질환, 낙상·약화사고, 정신건강 등 질병예방·관리를 강화하고 노인의료비 부담 경감 및 노인의료 전달체계를 내실화하며 치매, 장기요양, 포괄간호·간병 서비스, 호스피스 활성화 등 의료·돌봄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령자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며,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고령자 임대주택 공급 확대,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여건 강화, 노인학대 예방, 시설 안전, 독거노인 돌봄 등 안심생활 지원 확대, 고령운전자 면허관리 강화, 고령보행자 교통사고 예방 등이 필요하다.
또 생산인구 감소에 대비해 여성, 중·고령자, 외국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여성 고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환형 시간 선택제 등 근로형태 다양화 및 유연근무 확산, 고학력자 등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지원 강화, 근로현장의 양성평등제고 등이 필요하다. 중·고령자 근로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60세 정년 안착 등 동일직장 계속고용 활성화, 정년 후에도 은퇴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이모작 고용체계 확립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통합적 외국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이공계 등 국내 전문인력이 부족한 분야를 중심으로 우수 외국인력 유치하고,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제고하며, 미래 노동력 부족 심화에 대비한 총체적인 외국인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 친화 경제’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고령친화산업을 신성장 동력화해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인구 다운사이징 대비를 위해 국방, 교육, 지역사회(농촌) 등 분야별 인구 다운사이징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장·노년 노동조합 3단체(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시니어노조)가 지난달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4·13 총선맞이 노인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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