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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예상밖 총선 결과에 '당혹'…성과주의 도입 등 금융개혁 제동 전망
선거참패로 정부·여당 추진력 잃어…"원안대로 시일내 통과는 힘들 듯"
2016-04-14 15:59:27 2016-04-14 16:00:03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16년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금융 입법안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노동자측을 대변하는 야권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여서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에도 제동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 기조가 약화되고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의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는 예상밖 총선 결과에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주요 법 개정과 금융개혁 추진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애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을 밝히면서 기존 틀을 깨고 금융사가 아닌 IT기업이 주체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했었다. 이를 위해 금융위와 여당은 은산분리, 즉 비금융사의 은행 지부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었다.
 
금융위는 여당 의원들을 통해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법상 현행 4%인 산업자본(금융비주력사)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근 상호출자기업(대기업)으로 분류된 다음카카오의 경우 개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허물어 자칫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이 되면서 은행법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안대로의 통과는 사실상 예상보다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둔 가운데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K뱅크와 카카오은행은 KT(030200)카카오(035720)가 각각의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지만 지분보유 한도 규제에 묶여 지분관계가 실제 경영주도권의 역학관계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 당까지 3당 체제로 바뀌면서 은행법 개정안 통과는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처럼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기업협회가 총선 직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각당의 공약을 점검하기 위해 질의서를 보낸 결과, 국민의당은 규제완화와 제도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협회 측에 전했다.
 
여소야대 형국은 최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금융권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과주의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최근 금융공기업 7곳이 산별노조를 탈퇴하는 등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첫 금융권 노사 산별교섭이 불발된 데 이어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인 2차 교섭도 파행이 예상된다.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성과주의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노조 측에서는 이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자유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제1당 지위를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노동개혁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노조들이 성과주의 도입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지원하기도 했다"며 "노조가 지원하는 야당 의원이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업계에서는 앞으로 새로 꾸려지는 국회 정무위원회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금융 관련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 오길 바랬으나,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기재부 출신인 류성걸 전 의원 등도 이번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신에 서민금융 정책에 전문성이 있는 야당 의원들이 비례대표로 수혈되면서 그동안 금융규제를 완화해 금융경쟁력을 높이려는 친기업 정책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업권과 여신금융업권에서는 법 개정 등을 통한 추가적인 금융 규제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초 금융경쟁력 제고에 힘을 실어줄 금융전문가들이 총선에서 대거 탈락해버렸다"며 "친서민 정책에 강한 의원들이 정무위에 수혈될 경우 금융소비자 중심의 법안 발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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