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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시간이탈자', 멜로 섞은 타임슬립 스릴러
2016-04-08 13:34:41 2016-04-08 13:35:03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tvN 드라마 '시그널'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그널'의 핵심코드인 타임슬립은 이미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 없이 쓰여진 소재지만, 대중은 여전히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 임수정, 이진욱, 조정석의 신작 '시간이탈자' 역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다. 여기에 멜로가 조합됐다. 연출자인 곽재용 감독은 '시간이탈자'를 두고 '감성 스릴러'라고 표현했다. 
 
영화 '시간이탈자'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1983년을 사는 음악교사 백지환(조정석 분)과 2015년에 사는 형사 김건우(이진욱 분)는 어느 날부터 꿈을 꿀 때마다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된다. 즉, 꿈 속에서 상대방이 되어 상대방의 일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꿈이 더욱 선명해지고 또렷해진다. 희한하게 여기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던 차에 건우는 지환의 약혼녀인 서윤정(임수정 분)과 똑같이 생긴 정소은(임수정 분)을 만나게 된다. 소은은 윤정이 재직한 고등학교의 음악 교사다. 건우는 소은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그러던 중 건우는 1983년에 발생한 미제살인사건을 접하게 된다. 이는 매일 꿈에 나오는 지환의 약혼녀 서윤정(임수정 분)이 살인을 당한 사건이다. 지환은 이 사실을 꿈 속에서 건우의 눈을 빌어 알게 된다. 지환은 윤정의 죽음을 막으려 뛰어들지만, 죽음을 막지 못한다. 진범도 잡지 못한다. 윤정의 죽음으로 인해 절망에 빠지기도 전에 지환의 주변에서 살인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 건우는 사건 기록으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환은 이런 건우의 눈을 통해 살인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지한다. 지환은 이어지는 살인 사건들을 막아내며 과거를 바꾼다. 
 
바뀐 과거는 현재도 바꾼다. 그리고 윤정을 죽인 범인으로 예상되는 살인범이 2015년에도 나타난다. 그는 소은을 납치한다. 살인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소은은 결국 사고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건우는 소은을 되살리기 위해 지환을 통해 다시 과거를 바꾸려 한다.
 
'시간이탈자' 조정석과 임수정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시그널'이 무전기를 통해 현재의 인물과 과거의 인물이 교감했다면, 영화 '시간이탈자'는 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 영화는 기존의 타임슬립 작품과 비슷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면 김이 빠지고, 너무 불친절하면 이해하기가 어렵기 마련인데 곽 감독은 그 경계선을 적절히 택한 듯하다. 아주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쉽지도 않다. 영화에 대한 감각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해하는데 무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릴러의 구조 위에 사랑을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차별점이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에서 엿보였던 곽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식 감성이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완성도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1983년의 시대극과 2015년의 현대물, 시시때때로 변하는 시간의 이동에 사랑까지 담으려다가 그릇이 넘친 느낌이 든다. 스릴러에 좀 더 집중했다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릴러라는 장르와 곽재용 감독의 멜로 감성이 다소 충돌하는 듯한 느낌이다. 극중 인물들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은 관객의 취향에 따라 감동의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하다. 사실 영화 자체에 딱히 내공 있는 연기력을 보여줄 장면이 많지는 않다. 세 명의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몫을 다한다. 임수정은 유독 예쁘며, 이진욱은 매력적이고, 조정석은 진지하다. 이진욱이 형사 역할이지만, 거의 모든 액션신을 음악교사인 조정석이 담당한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인 세 배우 대신 뒷부분에 밝혀지는 범인을 연기한 배우의 연기력이 눈을 사로잡는다. 광기 어린 사이코패스 역할로 인해 후반부 긴장감이 높아진다. '시간이탈자'가 발견한 보석이 될 듯 싶다. 이 영화는 4월 13일 개봉하며, '해어화'와 맞붙는다.
 
'시간이탈자' 임수정과 이진욱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플러스(+) 별점 포인트
 
▲적절한 템포,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구성 : ★★★
▲살인범을 연기한 배우의 광기 : ★★★
▲합을 짜지 않은 '날 것' 같은 액션 : ★★★
▲1인 2역을 매끄럽게 소화한 것은 물론 아름다움을 과시한 임수정 : ★★
▲자연스럽게 표현한 1983년의 시대적인 정서 : ★ 
▲신 스틸러 박준규를 활용해 만들어낸 유머 :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다소 오글거리기도 하는 세 남녀의 사랑 : ☆☆☆
▲정진영의 민폐 캐릭터 : ☆☆☆
▲하루 아침에 2015년의 현실이 완전히 바뀐 것에 대한 '無 근거', 그로 인한 혼란 : ☆☆☆
▲범인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와 타당성 부족 : ☆☆
▲왠지 모르게 계속 거슬리는 조정석의 구렛나루 :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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