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종' 노덕 감독 "교훈적이고 싶지 않았다"
입력 : 2015-10-30 15:24:08 수정 : 2015-10-30 15:24:08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연애의 온도'가 개봉했을 때 관객과 평단은 열광했다. 서로에게 미련을 두면서도 만나지도 못하고 헤어지지도 못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이 영화에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노덕 감독은 '연애의 온도'를 통해 깊은 감성과 섬세한 호흡, 겉과 속이 다른 남녀의 심리를 정확히 표현했다.
 
그런 노 감독이 들고 나온 영화는 코믹과 스릴러를 합친 장르인 '특종:량첸살인기'('특종')다. 코믹도 그냥 웃긴 코믹이 아닌 블랙코미디다. 게다가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기자의 사기극이다. 이 영화는 당초 '연애의 온도'의 시나리오 제목인 '헤어지다'를 쓰기 전부터 준비해오던 작품이다.
 
전작과 달리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노덕 감독을 최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조곤조곤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다음은 노덕 감독 일문일답.
 
'특종:량첸살인기'를 연출한 노덕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애초에 '헤어지다'를 준비하다가 엎어졌다. 그 때 좀 힘들었다. 멜로를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보니까 그 감정이 또 깊었고, 그래서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환기 시키려고 영화적 재미가 있는 작품을 준비했다.
 
그래서 친분이 깊은 한재림 감독에게 단막극 공모전으로 한 번 쓰려고 한다고 하니 영화로 만들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글 작업을 시작했다.
 
- 기자를 다룬다. 근데 사기를 치는 기자다. 어쩌다 이런 소재를 잡게 됐나.
 
▲양치기 소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진실을 속이는 사람으로 인한 우매한 대중성을 말하고 싶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직업을 찾다보니 기자를 택하게 된 거다.
 
- 영화나 드라마에서 기자를 다룰 경우 선 혹은 악으로 뚜렷하게 나뉘어져서 그려진다. 사명감이 대단하거나 부패하거나. 이번 경우에 기자는 그저 월급쟁이에 가깝다. 어떻게 그렇게 그릴 생각을 했나.
 
▲기자 이야기를 할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허무혁(조정석 분)은 기자의 직업을 갖고 있는 월급쟁이라고 봤다. 기존과 다르더라도 관객이 보기에 정서적으로 리얼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전작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작은 완전히 사실적인 느낌으로 두 남녀에게 접근해 완전히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면, 이 영화는 좀 기존에 봐왔던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영화의 장르에 맞게 구성을 한 거다. 우리 영화가 굉장히 리얼리티한 영화는 아니지 않나. 상징적으로 많이 쓰던 관습을 많이 차용했다. 밤중에 허무혁이 국장(이미숙 분)을 찾아가는 건 굉장히 관습적인 모습이다. 그런 관습을 현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세련된 영화라고 생각했다. 옛날 영화 스타일을 차용해 그런 느낌을 받은 것 아닌가 싶다.
 
'특종:량첸살인기'를 연출한 노덕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조정석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영화를 보면 조정석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고, 이 영화와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현장 표현력이 정말 좋다. 아이디어도 많고 기본적으로 재미도 있는 배우다. 내가 생각하는 유머코드와 합이 잘 맞는다. 정석씨의 표현력 덕을 굉장히 많이 봤다.
 
- 김대명도 신의 한 수다. 그의 섬뜩함 때문에 영화가 갑자기 다른 온도를 갖게 된다. 김대명의 힘이 만들어낸 지점 같다.
 
▲제가 상상했던 톤이 있는데, 절묘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더 잘 표현해준 것 같다. 나는 일상에서 발에 채일 것 같은 인물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 느낌을 정확히 살린 것 같다. 굉장히 영특한 배우 같다. 대사의 의미와 의도를 잘 파악하더라.
 
- 배성우도 정말 잘 활용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정석을 제외하고 가장 비중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배성우 선배와는 캐릭터에 대한 갭이 컸다. 나는 오 반장(배성우 분)을 긴장감을 줘야하는 인물로 생각했는데, 배 선배는 웃긴 사람으로 생각했더라. 리딩 때 엄청 웃겼다. 그리고 2일 정도 뒤에 긴장감을 좀 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배성우 선배는 감독이 원하는 걸 모두 담아주면서 본인 색을 많이 넣었다. 사실 오 반장은 좀 단편적인 인물이었는데, 선배가 연기하면서 굉장히 풍성한 캐릭터가 됐다.
 
- 좀 의아한 점은 영화가 리얼리티가 분명히 강하고, 노 감독의 연출은 세심하고 디테일이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실제와 굉장히 다른 지점이 많다. 평일 대낮에 방송국 기자들이 너무 많다던가, 광고와 리포트를 모두 하는 문 이사(김의성 분)의 역할은 실제 하지 않는 역할이다.
 
▲영화적 선택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기자가 좀 많았던 건 북적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신문사 견학을 많이 갔는데, 사실 너무 조용하더라. 리얼을 살리면 표현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 이사가 리포팅을 하는 것도 실제 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다. 허무혁의 기사가 이 채널의 사운을 걸 정도의 무게감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특종:량첸살인기'를 연출한 노덕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와 김민희가 다시 헤어지게 된 배경에는 김민희가 다른 남자와 잔 사실을 이민기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하나가 조정석에게 다른 남자와 잔 사실을 고백하는데, 전혀 문제점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같은 사실을 두고 판이한 결과가 나온다. 같은 감독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생각도 못했다. 지금 와서 보면 '연애의 온도'에서는 그 부분이 꼭 다뤄져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특종'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생략해도 되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무혁도 괴로웠을 거라 생각하지만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고 보인다.
 
- 영화의 결말이 좀 헷갈린다. 한동안 정리가 되지 않았고, 지금도 정리가 잘 안 된다. 진실을 쫓는 것이 마치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보인다. 90%는 진실도 모르는 우매한 대중성을 비판했는데, 10%는 진실을 쫓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끝난다.
 
▲교훈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맞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느꼈으면 했다. '연애의 온도'도 그런 식으로 끝나지 않나. 명쾌한 방향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믿는 행위가 진실을 만드는 건 아닐까’였다. 과학적인 발견이 있어서 그게 진실이 된다면 그 전에 믿었던 진실은 뭐가 되느냐.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 진한 멜로를 그렸고, 블랙코미디를 만들었다. 다음 작품은 뭐가 될 것 같나.
 
▲그 때가 되면 40쯤 될 텐데, 순수하게 관객들을 위로하고 보탬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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