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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수장 출신 옴부즈만, 당국 '아바타' 우려
금융권 현직 사외이사도 포함…"독립성과 공정성 담보 어려워"
2016-04-06 16:01:48 2016-04-06 16:02:17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감독원이 고충 민원을 처리하는 옴부즈만을 3인으로 늘리고 담당 업무도 확대했지만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옴부즈만이 전직 금융사 수장 출신이어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과거 평판과 금융 경험에 기초해 옴부즈만 3인을 선별했다고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구성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권 출신이어서 실질적인 민원 해결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6일 "단순히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라면 같은 업권 출신의 옴부즈만이라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직접 시민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금융당국이나 해당 회사에 쓴소리를 해야하는 일이라면, 감독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현장중심의 옴부즈만 활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존 1명이었던 옴부즈만을 3인으로 늘리고, 권역별 제도개선 및 각종 애로사항 해결 등의 업무를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옴부즈만은 행정기관을 감시·감찰하고, 관료들의 부당한 행정처분에 피해를 당한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금감원의 계획에 따라 민병덕 전 국민은행은 은행·비은행권역 옴부즈만으로 임명되고, 황건호 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과 김병현 전 LIG손해보험 사장은 각각 금융투자와 보험 권역을 맡게된다. 이들의 임기는 2년이며, 월 기본수당과 약 30만원의 행사별 수당이 주어진다.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기자실에서 '현장중심 금융감독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취임식은 현 옴부즈만인 감동원 고려대 교수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29일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5일 '현장중심 금융감독 강화방안' 브리핑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옴부즈만을 구성했다"며 "각 권역에서 상당히 신망을 받는 분들이니 만큼 공정한 입장에서 조언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성 논란이 있지만, 해당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회사 사안이 아닌 금융권 개선을 위해 공장한 입장에서 건의를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존의 옴부즈만 제도가 운영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인사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각 권역별 옴부즈만이 그 업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인물들이란 점이다. 금융투자 업권을 맡게될 황건호 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지난 3월25일 대우증권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즉 현직 사외이사가 감독 업무에 영향을 주는 옴부즈만을 맡은 것이다.
 
현지 업무적으로 직접 연결돼 있진 않지만, 은행업권을 전 은행장이 맡고 보험쪽을 전 보험사 사장이 맡게 된 것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는 다른 기관의 옴부즈만 제도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2월 옴부즈만 제도를 앞서 도입한 금융위원회의 경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추천을 받아 정부나 업계와 전혀 연관이 없는 인물 7명을 위촉했다.
 
업권별로 보면, 심인숙 중앙대 교수(은행),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보험), 구정한 금융연구원 실장(비은행), 윤승한 공인회계사회 감리조사위원장(금융투자), 김소연 서울대 교수(소비자) 등이 옴부즈만으로 임명됐다.
 
금감원 직원이 옴부즈만 3인을 보좌한다는 계획 또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금감원 직원이 3인의 옴부즈만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관료들의 부당한 처분을 지적해야 하는 옴부즈만 업무에 관료들이 개입하는 꼴이다. 이는 공정한 감독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급기야는 옴부즈만이 금감원 직원에 휘둘려 아바타 역할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3인의 보좌관은 옴부즈만의 밑에서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일을 주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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