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를 드시려거든, ‘장어구이’로 오세요
대학가/가능 사회
2016-04-05 18:34:21 2016-04-05 18:34:55
그야말로 ‘집밥’의 시대다. 지난해 유행처럼 번진 ‘쿡방’에 힘입어, 집에서도 고급스러운 식사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파는 음식 부럽지 않은 집밥의 시대가 열렸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는 각종 해시태그(#)를 단 요리법이 올라오고, 뒤이어 성공한 음식 사진, ‘먹방샷' 등의 게시물도 쏟아진다. 여기까지가 집밥의 화려한 모습이다. 
 
집밥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분명 따뜻하고 훈훈하다. 그러나 이 좋은 말에, ‘가질 수 없는,’ ‘가까이 있지만 나는 누릴 수 없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어떨까. 이건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신파로 얼룩진 막장드라마보다 구슬픈 이야기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냐!” 그런데 밥 먹을 여력, 시간, 둘 중의 하나는 꼭 안 된다. 대학생에게 집밥은 그런 의미다. 
 
자취생은 처음 독립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다르게, 점점 인스턴트가 쌓여가는 찬장을 만나게 된다. 새내기 자취생 단계를 벗어나 베테랑이 된 자취생은, 많은 양을 한 번에 사들여야 하는 재료가 부담되어 점점 간단한 밥상을 차리게 된다. 또, 매일 집을 나서고 또 잠도 집에서 자는 통학생은, 그를 눈코 뜰 새 없게 만든 시간표를 원망하다, 마우스 클릭 하나 빨리 못해 희한한 시간표를 만든 손가락을 원망하다, 이내 집에서 밥도 챙겨 먹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모두, 집에서 지은 밥 한술, 찌개 한 그릇을 그리워한다.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도 사 먹는 음식 부럽지 않은 요리를 ‘향유’하지만, 대학생들은 밥을 밖에서 사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이나, 빵, 과자, 점심 할인이 적용되는 햄버거 세트 등 많은 음식이 있지만, 그럴수록 ‘밥다운 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커진다. 이제는 진짜로 집밥 모양새를 한 어떤 것이 필요하다. 
 
사진/바람아시아
 
입학 때부터 자취를 시작한 K는, 1학년 때 한 선배로부터 “밥 사줄게. 장어구이로 와라.” 는 문자를 받는다. 고기를 먹고 싶을 땐, 설 선물세트로 들어온 햄을 구워 먹거나 편의점에서 소시지 꼬치를 사 먹던 K는, 문자를 받고 너무 기뻐 1분간 멍하니 있다가, 과잠바를 주워 입고 학교 앞에 있는 음식점 ‘장어구이’로 뛰어갔다. 도착한 식당에서는 선배 몇 명과 동기 몇 명이 K를 반겼지만, 웬일인지 장어 굽는 냄새는 맡을 수가 없었다. 비싼 장어구이를 시켜서 그런가, 애피타이저로 나온 김치찌개가 냄비 가득하고, 딱 맛있는 신김치에, 돼지고기는 숟가락만 담갔다 하면 계속 따라 나온다. 꼬들꼬들한 그 느낌이 빠지면 섭섭하지, 하며 선배는 라면 사리도 추가했다. 갑자기 얼굴보다 큰 접시에 계란말이를 내오시며,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밥은 무한리필이니까, 배고프면 말해요~” 네 감사합니다, 하며 ‘아가 입맛’인 K는 계란말이에 케첩을 듬뿍 찍었다. 그렇게 한참 식사를 하다가, K는 문득 궁금해졌다. “선배, 근데 장어구이는 언제 나와요?” 
 
사진/바람아시아
 
“으하하, 너 동기 K가 그랬었어?”
 
“응, 사실 K만 당했던 건 아니야. 고전 수법이야. 장어구이로 오라는 말은.”
 
한양대 앞에 있는 맛집 ‘장어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단연 김치찌개다. ‘대·동·맛지도’의 취지에 맞게, 한 자리를 오래 지켰으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맛까지 있는 학교 앞 음식점을 소개해달라고 청했었다. 친구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그렇다면 장어구이!” 친구야, 그래, 장어구이 집 오래됐을 수 있지, 그리고 맛있는 거 누구나 알지, 그런데 그게 어떻게 저렴한 가격의 음식이냐, 라고 반문하려던 찰나, 친구가 다시 대답했다. “김치찌개를 드시려거든, ‘장어구이’로 오세요.”
 
장어구이의 메뉴판. 사진/바람아시아
 
“고등학교 동창들이 처음 우리 학교에 놀러 오면, 보통 이곳에 데리고 오는 편이야. 친구 한 명은 점심때 왔는데,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 비우고 나서는 이런 좋은 안주에 알코올이 빠질 수가 없다며 바로 소주를 시키더라고.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소(小)가 8,000원인데, 계란말이도 나와. 밥 한 공기씩 시키고 라면 사리를 추가하면 총비용 11,000원. 육수 추가하면서 술 마시면 이만한 것이 없어 정말.”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김치찌개가 흔한 음식이잖아. 그래도 취잿거리로 추천한 이유는 그런데도 인기가 많아서야. 아니, 그래서 인기가 많은 건가? 누구에게나 부담 없고, 맛있잖아. 이 시장에 ’장어구이‘가 3호점이나 있어. 그만큼 규모가 큰데도 점심 시간대, 저녁 시간대에는 줄 서서 먹어. 동아리나 스터디 뒤풀이 장소로도 인기가 많고.”
 
사진/바람아시아
 
“‘장어구이’ 사장님께 한마디 하라고? 으하하, 갑자기 뭐야 쑥스럽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흠흠, 사장님 학생들 밥 잘 먹는다면서 항상 고기양도 푸짐하게 주시고, 무한리필도 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오늘도 김치찌개에서 고기가 끊임없이 나오네요. 자주 오면 알아보고 살갑게 대해주시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번창하세요!”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응해주는 건 좋은데, 나 지금 네가 그만 말했으면 좋겠어.”
 
“무슨 소리야.”
 
“이 김치찌개 정말 맛있어. 그러니까 네 말은 녹음기가 들으라고 하고, 난 좀 먹는다.”
 
사진/바람아시아
 
대학생에게 집밥은, 화려하지 않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하다. 자주 먹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더욱 그리운 한 그릇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집 ‘안에서’ 먹을 수 없더라도, 대학가에는 여전히 집밥의 향기가 그윽한 그 집이 있다. 한양대 앞에 위치한 ‘장어구이’는 맛, 가격, 인기 삼박자를 갖춘 곳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만 천원 이예요, 그런데 아가씨, 아까 옆에 앞치마 뒀는데, 안했나보네? 
 
옷에 다 튀겼어! 하하!”
 
 
집밥하면 빠질 수 없는 ‘정감’까지 추가해서, 사박자로 해야겠다. 또 오고 싶은 김치찌개 맛집, ‘장어구이’에서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서민주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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