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집밥’의 시대다. 지난해 유행처럼 번진 ‘쿡방’에 힘입어, 집에서도 고급스러운 식사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파는 음식 부럽지 않은 집밥의 시대가 열렸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는 각종 해시태그(#)를 단 요리법이 올라오고, 뒤이어 성공한 음식 사진, ‘먹방샷' 등의 게시물도 쏟아진다. 여기까지가 집밥의 화려한 모습이다.
집밥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분명 따뜻하고 훈훈하다. 그러나 이 좋은 말에, ‘가질 수 없는,’ ‘가까이 있지만 나는 누릴 수 없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어떨까. 이건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신파로 얼룩진 막장드라마보다 구슬픈 이야기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냐!” 그런데 밥 먹을 여력, 시간, 둘 중의 하나는 꼭 안 된다. 대학생에게 집밥은 그런 의미다.
자취생은 처음 독립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다르게, 점점 인스턴트가 쌓여가는 찬장을 만나게 된다. 새내기 자취생 단계를 벗어나 베테랑이 된 자취생은, 많은 양을 한 번에 사들여야 하는 재료가 부담되어 점점 간단한 밥상을 차리게 된다. 또, 매일 집을 나서고 또 잠도 집에서 자는 통학생은, 그를 눈코 뜰 새 없게 만든 시간표를 원망하다, 마우스 클릭 하나 빨리 못해 희한한 시간표를 만든 손가락을 원망하다, 이내 집에서 밥도 챙겨 먹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모두, 집에서 지은 밥 한술, 찌개 한 그릇을 그리워한다.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도 사 먹는 음식 부럽지 않은 요리를 ‘향유’하지만, 대학생들은 밥을 밖에서 사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이나, 빵, 과자, 점심 할인이 적용되는 햄버거 세트 등 많은 음식이 있지만, 그럴수록 ‘밥다운 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커진다. 이제는 진짜로 집밥 모양새를 한 어떤 것이 필요하다.
입학 때부터 자취를 시작한 K는, 1학년 때 한 선배로부터 “밥 사줄게. 장어구이로 와라.” 는 문자를 받는다. 고기를 먹고 싶을 땐, 설 선물세트로 들어온 햄을 구워 먹거나 편의점에서 소시지 꼬치를 사 먹던 K는, 문자를 받고 너무 기뻐 1분간 멍하니 있다가, 과잠바를 주워 입고 학교 앞에 있는 음식점 ‘장어구이’로 뛰어갔다. 도착한 식당에서는 선배 몇 명과 동기 몇 명이 K를 반겼지만, 웬일인지 장어 굽는 냄새는 맡을 수가 없었다. 비싼 장어구이를 시켜서 그런가, 애피타이저로 나온 김치찌개가 냄비 가득하고, 딱 맛있는 신김치에, 돼지고기는 숟가락만 담갔다 하면 계속 따라 나온다. 꼬들꼬들한 그 느낌이 빠지면 섭섭하지, 하며 선배는 라면 사리도 추가했다. 갑자기 얼굴보다 큰 접시에 계란말이를 내오시며,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밥은 무한리필이니까, 배고프면 말해요~” 네 감사합니다, 하며 ‘아가 입맛’인 K는 계란말이에 케첩을 듬뿍 찍었다. 그렇게 한참 식사를 하다가, K는 문득 궁금해졌다. “선배, 근데 장어구이는 언제 나와요?”
“으하하, 너 동기 K가 그랬었어?”
“응, 사실 K만 당했던 건 아니야. 고전 수법이야. 장어구이로 오라는 말은.”
한양대 앞에 있는 맛집 ‘장어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단연 김치찌개다. ‘대·동·맛지도’의 취지에 맞게, 한 자리를 오래 지켰으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맛까지 있는 학교 앞 음식점을 소개해달라고 청했었다. 친구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그렇다면 장어구이!” 친구야, 그래, 장어구이 집 오래됐을 수 있지, 그리고 맛있는 거 누구나 알지, 그런데 그게 어떻게 저렴한 가격의 음식이냐, 라고 반문하려던 찰나, 친구가 다시 대답했다. “김치찌개를 드시려거든, ‘장어구이’로 오세요.”
“고등학교 동창들이 처음 우리 학교에 놀러 오면, 보통 이곳에 데리고 오는 편이야. 친구 한 명은 점심때 왔는데,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 비우고 나서는 이런 좋은 안주에 알코올이 빠질 수가 없다며 바로 소주를 시키더라고.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소(小)가 8,000원인데, 계란말이도 나와. 밥 한 공기씩 시키고 라면 사리를 추가하면 총비용 11,000원. 육수 추가하면서 술 마시면 이만한 것이 없어 정말.”
“‘김치찌개가 흔한 음식이잖아. 그래도 취잿거리로 추천한 이유는 그런데도 인기가 많아서야. 아니, 그래서 인기가 많은 건가? 누구에게나 부담 없고, 맛있잖아. 이 시장에 ’장어구이‘가 3호점이나 있어. 그만큼 규모가 큰데도 점심 시간대, 저녁 시간대에는 줄 서서 먹어. 동아리나 스터디 뒤풀이 장소로도 인기가 많고.”
“‘장어구이’ 사장님께 한마디 하라고? 으하하, 갑자기 뭐야 쑥스럽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흠흠, 사장님 학생들 밥 잘 먹는다면서 항상 고기양도 푸짐하게 주시고, 무한리필도 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오늘도 김치찌개에서 고기가 끊임없이 나오네요. 자주 오면 알아보고 살갑게 대해주시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번창하세요!”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응해주는 건 좋은데, 나 지금 네가 그만 말했으면 좋겠어.”
“무슨 소리야.”
“이 김치찌개 정말 맛있어. 그러니까 네 말은 녹음기가 들으라고 하고, 난 좀 먹는다.”
대학생에게 집밥은, 화려하지 않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하다. 자주 먹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더욱 그리운 한 그릇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집 ‘안에서’ 먹을 수 없더라도, 대학가에는 여전히 집밥의 향기가 그윽한 그 집이 있다. 한양대 앞에 위치한 ‘장어구이’는 맛, 가격, 인기 삼박자를 갖춘 곳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만 천원 이예요, 그런데 아가씨, 아까 옆에 앞치마 뒀는데, 안했나보네?
옷에 다 튀겼어! 하하!”
집밥하면 빠질 수 없는 ‘정감’까지 추가해서, 사박자로 해야겠다. 또 오고 싶은 김치찌개 맛집, ‘장어구이’에서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