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중견기업법 제정 필요한가?
"법으로 보호해야" VS "또 다른 특혜"
2009-09-23 19:06:29 2009-09-23 20:29:09
[뉴스토마토 우정화기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중견기업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중견기업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해 이중고를 해결해주고, 우리 산업의 허리로 키워야 한다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이는 또다른 혜택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지원 소외되고 대기업 수준 규제..이중고"
 
중견기업법 제정을 찬성하는 측의 핵심논리는 중견기업이 법 테두리 밖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에는 중견기업에 대한 정의가 없다. 제조업 기준 상시 근로자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의 기업으로 정의된 중소기업만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견기업은 대략 2000개 안팎으로 집계된다.
 
중견기업들은 이같은 위치 탓에 중소기업에 밀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규모면에서 대기업에 밀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연구소 등에서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이전받은 기술의 사업화에 관한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연구·개발(R&D)부문의 세제지원 등 기술개발을 비롯해 해외투자시 금융지원, 수출대금 손실보상보험제도 등 기술과 금융부문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커지면 이같은 지원은 적용되지 않는다.
 
대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가 중견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산 10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은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가 자산의 50%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 규제를 받아 사업확대에 제약을 받는다.
 
또 최대주주 상속시 상속주식에 대해 최고 30%까지 할증평가한 상속세를 적용받는 등 규모는 대기업보다 작지만, 규제적용은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에 더해 전체 산업측면에서도 중견기업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견기업연합회측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중견기업이 허리를 받치는 '항아리형 구조'로 가야한다"며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견기업 중 부품과 소재관련 원천기술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아 IT와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중견기업 육성이 필수라는 것이다.
 
김현철 대한상공회의소 선임연구원은 "중견기업이 현재 독자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책의 불리함을 이유로 중견기업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많아 이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중견기업 이기주의..영세기업에 피해갈 것"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법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견기업법이 제정된다면 정부의 지원범위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인데, 다른 나라보다 중소기업의 범위가 넓은 것을 감안할 때 무리라는 지적이다.
 
중견기업에도 지원이 이뤄진다면 정부 지원이 규모가 큰 곳부터 혜택을 받아 정작 지원이 필요한 영세, 소규모 사업장은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일부 중견기업의 경우 규모를 여러개로 나눠 중소기업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도 있어 중견기업법 제정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김선웅 좋은기업연구소 소장은 "중소기업은 현재 법적 근거가 있으나 중견기업은 법에도 나와있지 않은 추상적 존재"라며 "법을 제정하기 보다는 현재 대기업의 독점, 과점 문제를 해소해 중견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중견기업으로 지원범위가 확대될 경우 국가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도 명확한 데이터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기업만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기업이 산업의 중간허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고용창출 효과, 세수증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법 제정을 두고 일각에서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는 것은 중견기업법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며 "법 제정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자료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일정 규모를 벗어난 만큼 인수·합병(M&A)을 통해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사업확장에 초점을 둬야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자꾸 돌아보는 것은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우정화 기자 withyo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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