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ISA 불완전 판매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ISA 상품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문제를 가리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ISA 판매를 이대로 방치해둘 경우 정부가 서민 재산 형성 방안으로 선보였던 재형저축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 및 불완전 판매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4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제2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출시 첫주 금융회사간 과당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 우려가 부각되어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손상될까 걱정했으나,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임 위원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제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평가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ISA 판매과정에서 자세한 상품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계좌만 트고 보는 이른바 '깡통계좌 양산'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과 증권사 직원들이 지인들에게 미리 서류를 받아 놓고 본인 확인 작업을 생략한 채 전산을 통해 한꺼번에 계좌를 양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ISA 상품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4일 열린 제2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권 간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불완전 판매를 감수하고서라도 실적을 쌓으려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 "급하게 판매하다 보니 10분 안에 상품 설명과 가입을 마치는 경우가 있다"며 "충분히 설명한다면 1시간도 걸릴 업무인데 하루에 몇 명이나 가입을 시키겠나. 서둘러서 계약을 하다보니 설명을 오래할 시간도 없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깡통계좌 의혹도 줄곧 제기되고 있다. 가입금액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한 사람당 하나의 계좌만 개설할 수 있는 ISA 특성 탓에 일단 계좌를 만들어주고 보자는 의식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1만원짜리 깡통 계좌가 양산되고 있다는 의혹 또한 이런 지적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권에 따르면 ISA 평균 가입 금액을 보면 은행이 계좌당 33만원, 증권사가 293만원 선이다. 몇몇 소수의 고객을 제외하곤 대부분 1만원짜리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식으로 이름만 걸쳐놓고 있는 셈이다.
불완전판매 외에도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ISA가 안정단계에 접었다며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없으면 재형저축의 실패를 재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윤신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ISA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해외에 비해 제약이 많고 혜택도 적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ISA가) 활성화되려면 외국처럼 중도인출을 허용해 주거나 세제혜택을 확대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ISA에 관한 문제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국이 너무 급하게 제도를 추진하다 보니 이러한 사단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화이트데이와 맞추려고 급하게 3월14일로 출시일을 잡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ISA는 너무 서둘러서 진행됐다"며 "아직까지 수협 같은 곳은 시작도 못 할 정도로 준비 작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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