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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진출 놓고 건설사와 정부는 '동상이몽'
정부는 안정적인 '인프라', 건설사는 수익률 높은 '플랜트' 관심
플랜트 수요 늘지만 이란정부의 보증 불확실해 리스크 상존
2016-03-21 15:50:17 2016-03-21 15:50:3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한 이란 진출을 놓고 건설사와 정부가 진출 방향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외교채널을 적극 활용해 안정적인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는 반면 건설사들은 인프라 사업 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석유·화학 플랜트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프라 사업의 경우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과 일본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술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플랜트 분야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란 진출을 위한 민관합동 수주지원단을 꾸려 수자원공사와 한국투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항만, 철도, 주택, 공항, 수자원 개발 등의 인프라 개발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이란 정부와의 수자원개발, 인프라, 도시개발 등에 관한 MOU체결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국내 건설사들의 이란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16일 강호인 장관은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이란 진출을 위해 고위급 회담, 수주지원단 파견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건설 뿐만 아니라 의료, ICT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이란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정체된 내수시장을 대신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무대로 이란을 지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진출 초기 단계인 현재는 국가 간 외교채널을 통한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랜트에 더 눈길을 주고 있다. 그동안 해외수주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중동을 대신하기에 공사규모가 큰 플랜트 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인프라 사업의 경우 전체 규모는 더 크지만 초기 사업설계와 향후 인프라 시설 운영 등을 제외하면 건설사가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랜트의 경우 설계와 시공을 비롯해 운영 분야에서도 일부 참여가 가능해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울러 이미 이란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높다는 설명이다. 
 
현재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석유·화학 플랜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건설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이란의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 규모는 243억달러로 전체 프로젝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발전플랜트 168억달러, 가스 파이프라인 125억달러, 가스 추출 플랜트 102억달러 순이다. 이란은 풍부한 천연가스, 원유 등 자원을 원료로 한 상업플랜트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설비 증설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플랜트 시장 선점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경쟁국에 비해 자금력이 약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란은 인프라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해 금융조달 동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 유럽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이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ECA(수출신용기관) 금융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프라를 제외한 가스·석유 등의 플랜트 발주에서는 이란정부의 이행보증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현재 유가하락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처럼 이란에서도 재정악화를 이유로 프로젝트 사업비의 감면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EPC(종합설계시공)금액 계약고 기준 현지 업체의 지분이 30~50% 수준이 돼야만 벤더 리스트에 참여할 수 있어 현지 기업과의 합작 내지는 인수를 통해 수주전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식 벤더로 등록 돼야만 국산 기자재를 사용할 수 있어 이란 진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벤더 등록이 필수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 사업은 특정 기술보다는 프로젝트를 마지막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자금력이 중요한 반면 석유·화학 플랜트는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수주가 가능한 분야"라면서 "상대적으로 파이낸싱 분야가 약한 국내 건설사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진출을 놓고 안정적인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는 정부와 수익률이 높은 플랜트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건설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이란 사우스 파 가스전 플랜트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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