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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더비' 교훈…스토리가 K리그 살린다
이재명·염태영 시장이 만든 '라이벌전' 흥행
2016-03-20 10:55:34 2016-03-20 10:55:34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이긴 팀이 진 팀 경기장에 구단 깃발을 꽂자는 시장(구단주)들의 내기가 K리그 관중몰이의 도화선이 됐다. "스토리가 있어야 관중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현실에서 증명된 셈이다. 
 

지난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성남FC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는 염태영 수원 시장과 이재명 성남 시장이 집중 관심을 받았다. 최근 이재명 시장이 SNS를 통해 이긴 팀의 깃발을 진 팀 홈경기장에 꽂자고 했는데 이에 염태영 시장이 응하면서 이른바 '깃발 더비'가 성사됐다. 시장들의 합의에 힘입어 두 팀의 경기는 K리그 초반 최고의 이슈로 떠올랐다. 공중파 중계가 확정되는 등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엔 12825명의 관중이 입장해 구단 깃발의 향방을 지켜봤다.

 

이날 두 시장은 유니폼을 입고 본부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이재명 시장은 열두 번째 선수를 뜻하는 12번을 달았다. 염태영 시장은 수원 인구 130만명 돌파를 기념하는 130번을 등 번호로 새겼다. 두 팀 선수들의 경기력도 박진감이 넘쳤다. 후반 15분 티아고(성남)가 코너킥을 직접 골문으로 차 선제골을 뽑았으나 6분 뒤인 후반 21분 김병오(수원)가 동점골을 뽑아 응수했다. 1-1 무승부를 알리는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두 시장은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것으로 가슴 졸인 관전을 마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 시장은 K리그를 위한 '스토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K리그에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졌더라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염태영 수원 시장은 "오늘의 역사가 K리그 발전의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프로스포츠는 지역 시민의 성원을 받아야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간 K리그의 관중 유치를 위해선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수원삼성과 FC서울이 맞붙는 '슈퍼매치'나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가 만나는 '동해안 더비' 같은 라이벌 매치 정도가 그나마 이야깃거리를 낳는 화제로 꼽혔다. 주말에 즐길 수 있는 여러 여가거리와 비교할 때 K리그 축구는 사람들이 꼭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그런 면에서 이번 깃발 더비는 그 어떤 홍보나 마케팅보다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의 관중 앞에서 홈 개막전을 치른 조덕제 수원 감독은 "두 시장님이 이슈를 만들어주셔서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 30대 수원팬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봐서 좋았다""앞으로도 깃발 더비가 좋은 라이벌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염태영(왼쪽) 수원 시장과 이재명 성남 시장이 지난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라운드를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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