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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면세점, 또 '쩐의 전쟁' 전락
공항공사, 김포·김해공항에 사실상 최고가 입찰방식 적용
2016-03-09 06:00:00 2016-03-09 06:00:00

또 '쩐의 전쟁'이다. 올해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공항과 항만 면세점 입찰전에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던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 운영 특허가 종료되는 김포국제공항 면세점과 최근 신세계가 특허권을 반납한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던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전의 막이 올랐다.

 

한국공항공사가 최근 발표한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 공고문에 따르면 최고가 입찰자에게 무조건 낙찰하던 기존의 평가방식에서 '종합평가' 형식으로 일부 변경됐다.

 

하지만 업계는 '무늬만 종합평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안서 평가 결과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사업자 중 가격입찰을 통해 최종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 또 다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기업이 낙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포공항은 현재 호텔신라(008770)가 운영 중인 DF1(화장품·향수)과 롯데면세점이 운영 중인 DF2(주류·담배)의 새 사업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공항공사가 제시한 연간 최소임대료는 각각 295억원, 233억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김포공항 면세점 2곳이 내고 있는 연간 임대료는 총 400억~500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임대료를 높여 받겠다는 이야기다.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공항공사가 내놓은 최소임대료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야한다. 도심과 가까운 김포공항 면세점의 경우 많은 사업자들이 도전할 전망이어서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다면 임대료가 크게 높아질 우려가 크다.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입찰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가만히 앉아서 버는 임대료 수익이 높아지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새 사업자가 선정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의 경우 4개 점포가 낙찰된 롯데면세점이 호텔신라(3곳·2688억원)와 신세계(1곳·837억원)보다 월등히 높은 5059억원의 높은 금액을 제시해 임대료 규모를 크게 키운 바 있다.

 

김해공항의 경우도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소임대료가 427억4600만원에 달한다. 운영 특허를 반납한 신세계(004170)가 지불했던 연간 임대료는 641억원 수준으로 입찰 당시 400억원 수준의 금액을 제시한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자칫 업계간 경쟁이 과열될 경우 김포·김해공항의 임대료 역시 크게 뛸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입찰을 노리는 대기업 면세점들은 입찰액 책정에 조심스런 분위기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의 경우 높은 임대료 때문에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어 지난해 인천공항 입찰 당시보다 더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새 사업자를 선정하게 되는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이 사실상 최고가 입찰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해 새 사업자를 선정한 인천공항 면세점도 입찰 당시 특정 사업자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써내 임대료 규모를 키운 바 있는데,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될 공산이 크다. 공항면세점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높은 임대료가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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