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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한미국대사관 "외국법자문사법 개정돼야"
사실상 개정 촉구…주재국 법개정 요구 이례적, 논란 예상
'더 리걸 500' 등 영미권 외신 "가짜 개방·족쇄채웠다" 혹평
2016-03-04 06:00:00 2016-03-04 21:32:15
주한미국대사관이 지난달 4일 원안대로 통과된 외국법자문사법에 대해 "실망스럽다, 개정을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법안이 통과된 뒤 주한대사관이 내놓은 공식적인 첫 입장 발표로, 대사관이 주재국의 법률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미국대사관은 <뉴스토마토>의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 "한국 국회가 외국법자문사법을 통과시킨 것은 실망스럽다(disappointed)"며 "법안이 어느 시점에 개정돼(amended) 한국 법률서비스의 완전한 자유화(full liberalization)를 이룰 것이라는 데 여전히 희망적(hopeful)"이라고 밝혔다.
 
미국대사관은 또 "외국로펌에게 한국의 법률서비스 시장을 완전하게 개방(fully opening)하는 것은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민들을 위한 직업 생산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전문서비스 분야에서 번창하기를 바라는 한국의 바람을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외교 용어가 대단히 함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희망적(hopeful)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바란다'는 의미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부처 국제협력 업무 관계자는 "법안 개정과 관련해 '희망한다'는 외교적 표현은 상대적으로 '강한 어조'"라며 "사실상 '촉구'의 의미"라고 말했다. 외교부와 주미대사관, 국민권익위원회 등 복수의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외교 용어는 맥락과 말한 사람의 평소 언어 습관 등을 두루 봐야 한다"며 일상적 용어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도 "사실상 개정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 변호사는 "입법 과정에서는 법안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법이 시행돼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법을 만들자마자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입법 과정에서의 의견 개진보다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표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주재국 대사관이 그 나라의 법률 개정을 직접 언급한 것은 드문 일"이라며 "국회의 입법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는 지난 1월 외국법자문사법 통과를 논의 중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상민 위원장을 '항의성' 방문한 바 있다. 당시 리퍼트 대사는 EU·영국·호주 등 3개국 외교 대사를 대동해 법안에 반대, 수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었다.
 
이런 가운데 영미권의 글로벌 로펌 전문지들도 한국의 외국법자문사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영국 로펌연구단체인 '더 리걸 500'은 외국법자문사법 '49%룰' 조항에 근거를 둔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을 두고 '가짜 개방(shame opening)'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로펌과 해외 로펌이 결합할 때 반드시 해외 로펌의 본사와 체결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족쇄를 채웠다(shakled)'고 표현했다.
 
한국 법조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 관계자는 이번 미국대사관의 발언에 대해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가 대사관이 자국 로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앞서 대한변협은 공식 논평을 통해 리퍼트 대사 등의 항의 방문을 "자국 로펌의 이익을 위한 주권 침해행위"라며 "한국 로펌에 대한 차별을 강요하는 월권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무부는 이번 미국대사관의 의견 표명에 대해 "대한민국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결정"이라며 구체적인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이미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됐고, 법안은 FTA 정신과 FTA 규정에도 부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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