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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과서 '위안부' '성노예' 표현 삭제 파문
5·18과 박정희 유신헌법 서술도 축소…도종환 “국정교과서의 한계”
2016-02-24 18:24:36 2016-02-24 18:24:36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울 사회과 국정교과서(최종본)에 일제에 희생된 종군위안부 사진과 ‘위안부’, ‘성노예’와 같은 용어가 삭제되고 관련 서술도 약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에 발행했던 실험본 교과서(실험본)에 실려 있던 위안부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도 의원 측에 따르면 실험본에는 ‘전쟁터의 일본군 위안부’라는 사진 제목과 함께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다”라고 서술됐다. 그러나 최종본에는 사진이 삭제됐고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고 바뀌었다.
 
‘위안부’와 ‘성노예’라는 표현을 삭제한 대신 ‘많은 고통’으로 애매하게 표현한 것이다.
 
특히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기 3개월 전인 지난 해 9월만 해도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바로알기’ 교육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최종본의 위안부 서술이 약화된 것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진다.
 
전두환 군사독재와 박정희 유신독재 관련 서술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도 의원의 주장이다.
 
최종본에는 지난 2011년 발행된 ‘이명박 정부 국정교과서’에 실렸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 중 계엄군 관련 사진을 빼고, 본문에 ‘계엄(군)’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군대를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진압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고 서술해 계엄군의 발포로 시민들이 죽은 사실을 ‘희생’이란 단어로 축약해 버렸다.
 
또 2011년 교과서에는 박정희 유신헌법의 초헌법적 특징을 캡션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지만, 최종본에는 모두 삭제됐다. 대신 “국가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이란 문장이 비판 없이 삽입됐다.
 
도 의원은 “위안부 서술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위안부’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못한 교과서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본과 맺었던 위안부 협상과 교과서 서술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결국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국정교과서의 한계다. 집필진과 집필기준조차 미공개하고 있는 중등 역사과 국정교과서는 얼마나 문제가 많을지 걱정”이라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하고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수녀들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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