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론직설) 반기문 총장이 움직여야 할 때
2016-02-21 14:13:41 2016-02-21 14:13:41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한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육·해·공군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단독 대북 제재안도 결정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의 금융을 규제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포함됐다.
 
다음 달에는 한·미 대규모 연합군사훈련도 예정돼 있다. 일본도 금융과 선박 운항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달 말이면 유엔 대북 결의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의 선제 조치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중단했다. 15년간 지속돼 오던 남북 교류와 협력의 보루는 문을 닫았다. 사드 배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선언했다.
 
반면 중국은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한반도 안정론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동부권이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사드 한반도 배치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북한과 경제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도 강경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북한 핵개발로 인해 한반도는 신냉전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미국-일본의 남방 삼각관계, 북한-중국-러시아의 북방 삼각관계의 대립으로 재정립됐다. 이제 북한 핵문제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 중국과 일본의 분쟁이 다층적으로 얽혀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봉쇄로 변화를 유도하기는 어렵다. 북한 자체가 고립 경제인데다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와 협상도 현 단계에선 효용성이 없다. 그간의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강대강 갈등은 고조되고 마땅한 해법도 없고 출구 역시 보이지 않는다. ‘선의의 중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관계를 조정·중재해 갈등을 해소할 사람이 나서야 한다. 그는 이해관계가 없고 사심이 없어야 한다. 중재할 수 있는 레버리지 능력도 갖춰야 한다.
 
작년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본인도 직접 방문할 뜻을 밝혔고, 북한도 부인하지 않았다. 방문 일정을 협의 중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반 총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남북한 간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어떠한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반도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지금 반 총장의 선의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객관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당사자 위치에 있다. 그에게 북한 핵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고, 선택도 아니다. 해결해야 할 의무사항이다.
 
반 총장은 한국의 자랑이요 자부심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현장을 누비면서 국제적인 신뢰를 쌓았다. 국제적인 경륜과 경험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반 총장이 순수하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시점은 지금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위해 물꼬를 트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고, 한국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전례도 있다. 얼마 전 사망한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적이 있다. 방식과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용과 의지의 문제다. 진정한 지도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이미 기회의 여신은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